허브
구현우
날마다 탁자에서 허브가 자란다. 허브를 먹으며 동생이 자란다. 귀가 얇은 식물은 모든 감정을 이해한다.
모르는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커브 아이와 어른 오가는 발에 차일 때마다 쓰임새가 달라지는 돌, 돌.
동생과 나는 같은 탁자를 쓴다.
탁자는 넓고 허브는 많고 동생은 탁자의 허브 또는 허브로 된 탁자를 먹는다. 탁자는 식탁으로 쓰일 수 있다. 책상으로도 쓰일 수 있다. 허브로 된 탁자는 자라는 성질이 있다.
담 하나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쌓인다.
밤마다 담을 두드리는 소리 똑똑 쿵쿵 흑흑 하나둘, 하나둘.
나와 동생이 칼날과 연필로 새긴 수만 가지의 틈.
허브가 시들어 죽는다. 그래도 상관없이 동생은 자라고 있다. 탁자는 딱딱한 성질이 있으며 그건 죽은 동물의 시체에서나 만져 볼 수 있다.
허브든 탁자든 결국 관상용 식물이 된다.
나는 오른쪽으로 동생은 왼쪽으로. 다를 것 없는 심정으로.
자꾸만 벽돌이 쌓인다.
들은 적 없는 울음소리가 낯익어지면 가족이 된다.
날마다 골목이 늘어 많아지는 서랍 하나둘, 하나둘.
허브를 씹으며 현관을 나서는 동생과 나.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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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문학동네> 신인상 당선작 중에서
구현우:1989년 서울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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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거의 못 읽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 문예지를 사서 읽으면서 참 많이 변한 문학의 궤도가 느껴지더라구요. ^^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더라구요.
이 시를 읽으면서 가족의 부재, 영혼의 부재, 생명의 부재 뭐 그런 낱말들이 떠올랐습니다. 공부를 참 많이 해야되겠지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