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날씨가 올 겨울 들어 가장 차네요.
한실 마을이신가요?
이제 한실 마실도 고즈넉이 칩거에 들어가겠지요.
이 겨울, 옥체 강령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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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근 엽채 일급
김연대
이순 지나 고향으로 돌아온 아우가
버려두었던 옛집을 털고 중수하는데,
육십 년 전 백부님이 쓰신 부조기가 나왔다.
을유년 시월 십구일
정해면 오월 이십일
초상 장사 소상 대상 시 부조기라고
한문으로 씌어 있었다.
육십 년 전 이태 간격으로
조모님과 조부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다.
추강댁 죽 한 동이,
지례 큰집 양동댁 보리 한 말,
자강댁 무 열 개,
포현댁 간장 한 그릇,
손달댁 홍시 여섯 개,
대강 이렇게 이어져 가고 있었는데,
거동댁 大根葉菜一級이 나왔다.
대근엽채일급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나는 그만 핑 눈물이 났다.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한
내 아버지, 할아버지와
이웃들 모두의 처절한 삶의 흔적,
그건 거동댁에서
무 시래기 한 타래를 보내왔다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