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녹차
이재영
커피와 녹차는 기호식품으로 다 같이 우리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식품이다. 사람들은 녹차보다는 커피를 더 선호하며 가정 또는 휴게소 다방 어디나 많이 갖추어놓고 있다. 그러나 녹차가 커피보다 뒤져야할 이유가 없다. 우선 맛을 보면 커피가 당장은 우위인 것 같다. 녹차도 그 진미를 알면 꼭 그렇지도 않다.
겨울 아침 친구들과 산 위에 올라 하얀 입김을 토하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잔을 마셔보라. 그 맛과 향기에 도취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 이런 진미와 운치가 어디에 또 있으랴 싶다. 그러나 녹차는 이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간을 갖고 쌀쌀한 가을 날 연인과 함께 호반을 돌아보라. 몸에 땀이 촉촉이 베일 때 쯤 언덕 위의 아름다운 찻집에 들어가서 갈대가 핀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다. 청자다기에 아가씨가 차려온 녹차를 우리면서 김이 솟아오르는 차향을 맡아보라. 우려진 차를 청자 다기에 따라서 찻잔을 부딪치면서 음미해 보라. 그 향과 운치는 절정에 이를 것이다.
일반커피가 서민들의 기호품이라면 보통녹차는 먹는 방법에서 격조 높은 귀족들의 기호품이라 하리라. 커피의 향이 향수향이라면 녹차의 향은 난향과 같다. 커피의 향은 진하나 금방 날아가지만 녹차의 향은 은은하여 오래 가며 몸과 마음에 베어 그 마음까지 움직인다. 커피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어울려 서양적이라면 녹차는 조용하고 운치 있는 장소가 있어야 어울려 동양적이라 하리라. 커피의 맛은 자극적이고 강열하나 그 맛이 얕고, 녹차의 맛은 차의 종류와 배경과, 대화의 대상과, 대화 내용에 따라서도 그 품격과 맛이 다르다. 녹차의 맛은 싱거운 듯 담백하고, 먹을수록 그 맛과 향이 깊고 오묘하여 커피보다는 한층 격조가 높다.
커피는 현대병인 위암, 간암예방, 혈압강하, 다이어트, 음주 후 숙취방지효과, 졸음 방지 등 다양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장을 자극하여 배변을 원활하게 하며, 근육에 작용하여 피로감을 덜어준다. 커피 속에 카페인과 그로로겐산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정신을 맑게 하고, 심장기능 강화, 위산 분비 촉진, 항산화작용, 노화 방지 등 효과가 크다. 나아가 건강유지 및 질병예방에도 기여한다. 커피는 이제 일반화 되어 식후에는 숭늉 대신 커피를 마신다. 하루에 두 잔까지는 이렇게 좋은 효과가 있으나 지나치면 위산분비 과다로 위에는 해롭다. 그 뿐만 아니라 요즈음 건강에 치명적인 멜라닌이 검출 되었으니 커피문화도 이젠 바뀌어야 할 때이다.
녹차는 커피보다 인체의 건강에 월등하게 좋다. 녹차의 성분은 포리페놀인 항산화제로 암 발생 및 그 진행과 성장을 예방한다. 녹차의 추출물은 폐, 전위, 식도, 십이지장, 췌장, 간, 신장, 결장에서 화학적작용으로 발암물질을 유발하는 것에 대해서도 예방할 수 있다. 또 현대인의 골칫거리인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다이어트효과, 고혈압을 낮추고, 미용효과, 알레르기억제, 당뇨병치료, 식중독예방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운동과 병행하면 효과가 더욱 크다. 녹차의 활용법은 피부탄력을 유지하는 녹차세안(洗顔), 노폐물을 제거해 주는 녹차목욕, 무좀 탈출, 무당 저칼로리음료로 이용한다.
녹차의 떫은맛인 카테킨은 우리 몸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억제하여 피부노화를 방지하고 지방분해 및 변비를 예방하며 혈관에 축적된 지방성분이나, 코레스테롤을 체외로 배출시켜 동맥경화를 방지한다. 또 비만과, 스트레스, 식사량조절에 의한 변비도 예방할 수 있다. 식이요법, 약품 다이어트는 빈혈, 영양실조, 저항력 약화 등 부작용을 가져오나 녹차다이어트는 부작용이나 요요현상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녹차가 이렇게 좋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녹차가 몸에 이롭다는 정도로만 알고 녹차를 즐겨 마셨다. 처음에는 맛이 없고 싱거우며 풋내가 났지만 먹을수록 구수하고 은은한 향이 깊은 맛을 돋운다. 그러므로 녹차에 길들면 커피보다 훨씬 감칠맛이 있어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깊은 인물은 처음에 뛰어나는 인물 보다는 나중에 드러나지만 더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은 영원하다.
멜라닌 파동이 세계를 뒤흔드는 이 때 이제 우리는 커피냐 녹차냐 선택해야할 기로에 서있다. 녹차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나 일반녹차는 그리 비싸지 않다. 끈기 있게 국산 녹차를 이용하여 그 진미를 발견함으로써 가치를 새로 정립하고, 애용해야할 때이다. 값비싼 커피를 배제함은 수많은 외화낭비를 막고, 내 몸을 보호하며,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가장 손쉬운 나라사랑이다. 이는 진정한 애국이라 참되고 보람도 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