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이진흥
저기 저
허공에 걸린 상처
아름답다
어둠의 장막을 찢고 나온
투명한 손이 어루만지는
고통의 숨결
들릴 듯 말 듯
홀로 견디는,
*
고슴도치도 제 새끼 털은 곱고 부드럽다고 한다지요
제 새끼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새끼들은 다 사랑스럽고 어여쁘지요
동물 식물 곤충 구분 없이 새끼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반하지 않을 마음 있을까요
오랜만에 갓 태어난 아기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기를 낳고 길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대하는 세상인 듯 놀랍고 감탄스러웠습니다
쪼그만 얼굴이 뿜어내는 커다란 평화 앞에서 그토록 찾아 헤메던 낙원을 보았습니다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린 낙원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새끼들의 위대함은 '어둠의 장막을 찢고 나온' 고통을 티없는 순수로 바꾼데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두 눈을 감고 어떤 표정도 짓지 않고 아기는 가만히 자고만 있었는데
새근새근 단 숨을 들이쉬고 내 쉬었을 뿐 아기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는데
한 없이 선한 마음을 건네 받았습니다
한 때 우리 모두 가진 적 있었던 얼굴이라는 것에 위안을 받았습니다
티 없이 무구하고 연약하기 짝이 없는 힘으로 어떤 강함 힘도 절절매게 만드는 게 세상 모든 새끼들이지요
그 어린 것 앞에서는 돌도 미소 지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