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나무(김은령)
꽃잎 지면 그 자리 길이 열린다
라고 , 굳게 믿으며
어린 나를 해종일 매어 두던 법당앞 모과 나무
산 그림자는 짐승의 울음으로 깔리고
고삐매인 새끼 염소마냥 늙은 나무둥치 밑을
한 방향으로만 맴돌고 맴돌 때
하르르 져 내리던 꽃 이파리에 다친 뺨은
지금도 눈물나는 색채
기억에도 없는 오라비가 죽은 날은
모과꽃이 지는 때
오라비 진 자리 새 길 하나 열기 위해
천 배 이천 배 절을 올리는 엄마가 불쌍 해 보여
용담사 부처님 엉덩짝을 발로 쿵 차 버리고도 싶었지만
적삼까지 흠뻑 젖은 엄마 손에 꽉 매달린 채
무서운 밤길을 내려올 때에는
부처님 부처님 얼마나 다시 불렀었는지 몰라
적삼을 적시는 엄마도 없고
내마음의 용담사, 부처님도 이미 없지만
지금 고삐매인 채 맴돌아야 하는 일상이
그때 그 모과나무였음 좋겠어
꽃 진 자리마다
길을 열던 그 나무였음 좋겠어
명절은 함께 모여 피었다 지는 꽃처럼, 이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가족들 꽃진 자리마다 길을 열겠지요 또 그들에게는 낯설은 날의 새길이 시작 되겠지요 다시, 뿌리는 부단히 물을 길어 올리고. 한해의 시작은 늘 이렇습니다 명절 모두 잘 보내셨는지요 몸살이나 안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아직 춥습니다 감기 조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