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위의 잠 (나희덕) > 정겨운속삭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정겨운속삭임

|
20-11-18 07:00

못 위의 잠 (나희덕)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전 체 목 록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 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 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 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오나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671 답변글 물빛 37 봄볕에 탄 말 목련 이름으로 검색 2020-12-06 462
6670 답변글 오즈님이 나타나시길 인기글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12-07 1139
6669 봄볕에 탄 말 잘 받았습니다 인기글 하루 이름으로 검색 2020-12-04 1094
6668 물빛 886회 정기 시 토론회 안내-12월 8일(화)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2-03 761
6667 답변글 12월, 1000자 에세이 한 편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2-03 541
6666 답변글 반갑습니다 하루님~~~^^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2-04 374
6665 답변글 반갑습니다 침묵님~~~^^ 하루 이름으로 검색 2020-12-05 379
6664 답변글 봄볕에 탄 말 잘 받았습니다 목련 이름으로 검색 2020-12-06 365
6663 물빛 885회 정기 모임 후기ㅡ 37집 출판기념회 인기글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26 2600
6662 봄볕에 탄 말/ 물빛 37집 출판기념회 사진1 인기글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25 1043
6661 답변글 봄볕에 탄 말/ 물빛 37집 출판기념회 사진2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27 591
6660 답변글 봄볕에 탄 말/ 물빛 37집 출판기념회 사진3 인기글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27 2379
6659 답변글 봄볕에 탄 말/ 물빛 37집 출판기념회 사진4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27 387
6658 답변글 봄볕에 탄 말/ 물빛 37집 출판기념회 사진5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27 519
6657 답변글 구름의 박물관/남금희 ~ 회장님 고맙습니다^^ 인기글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27 1093
6656 답변글 봄볕에 탄 말/전영숙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27 429
6655 답변글 봄볕에 탄 말/전영숙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12-05 328
6654 답변글 물빛 출판기념회 후기를 읽고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12-04 538
6653 답변글 출판기념회 후기를 읽은 두칠님께 인기글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2-04 1320
6652 내 아들이 건너는 세상 / 이향아 시인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22 415
6651 제885회 물빛 정기 모임(37집 출판기념회) 안내 인기글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21 1100
6650 깊은산속 돌샘 인기글 이재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21 3005
6649 답변글 깊은산속 돌샘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2-10 552
» 못 위의 잠 (나희덕) 목련 이름으로 검색 2020-11-18 301
6647 제884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 후기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11 621
6646 어머니의 눈물 이재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10 473
6645 답변글 어머니의 눈물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11 604
6644 제 884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 안내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1-09 525
6643 물빛 37호 연간집 돌샘 이재영 이재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9 450
6642 제 883회 물빛 정기모임 후기 인기글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1072
6641 답변글 제 883회 물빛 정기모임 후기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8 909
6640 멈추고 쉬기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342
6639 답변글 멈추고 쉬기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256
6638 앞쪽형 인간 / 이규석 인기글 cornerlee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1712
6637 답변글 앞쪽형 인간 / 이규석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455
6636 겨울산 해안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246
6635 답변글 겨울산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327
6634 두려움 여호수하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791
6633 답변글 두려움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422
6632 돌에 아픔을 부려 놓고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848
6631 답변글 돌에 아픔을 부려 놓고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523
6630 터진 송편 하이디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445
6629 답변글 터진 송편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584
6628 스미다 목련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503
6627 답변글 스미다 인기글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1012
6626 제883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 안내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6 258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