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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37호 연간집 돌샘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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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37호 연간집
돌샘 이재영




이름도 묻지 마세요, 당
신은 언제나 내 가슴
을 사로잡는 샛별입니다

지나다가 저와 마주칠
때는, 호수 같은 당신의
쏘는 눈만 주고 가세요

아는 채도 말고 무표정한
얼굴일지라도, 당신의 뜨
거운 눈빛만 주고 가세요

그 눈빛 내 가슴에 폭풍
되어, 주체할 수 없는 불길
에 한 줌 재가 될 것입니다


애련(哀戀)

그대의 등만 쳐다보며
가슴 끓이고 뼈를 깎으며
얼마나 기다려야 멍울 터질까

해바라기 태양 돌 듯
그대 등 뒤를 따라가며 웃다
가도 흐느끼는 운명, 얼마나
더 외로워야 꽃이 필까

기도로써 쌓이는 마음 긴 날
숨 공간 차오르는데, 간절한
이 기다림은 끝이 없는지

봄밤

여린 듯 서럽고
눈뜨면 날아갈 듯
고운 꿈길

그대 꽃구름 타고
살포시 건너와
그리움으로 피어난다

임 만나러 가는 길
벚꽃잎 꽃비 되어
흩날리던 날

불면 날아갈 듯
아쉬운 봄밤이
솔솔 내리는 꽃잎처럼
소리 없이 지고 있네


야생화 다원에서


엇갈리기만 하던 두 사람 반세기 만에
기적 같이 만나, 야생화 다원에 앉아
청자다기에, 허브차 앞에 놓고 긴 이야
기로 빈찬 채우고 비운다

차 우리는 향에 한 생의 회한(悔恨)이
한순간에 녹으니, 잔 들고 우리의 만수
무강과 그녀는 우리의 영원한 우정을
(다 함께) 위하여, 잔 박는 소리가 가슴
열고 꽃으로 핀다

호숫가에 갈대숲 바라보며 숨어 우는
바람소리 “합창에 흔들리는 갈대의 속
삭임, 임의 밀어처럼 들려온다

그 바람 타고 선녀와 나무꾼의 마음
꿈을 향해 하늘 날아올라 호수를 끝
없이 맴돌다가 흰 구름 속에 묻힌다

호반의 별장

합천 호반에 포르르 나는 별장
저기 저 집에 누가 살까
궁금한 마음``````,

어느 날 풍문에
저 집주인 시인 부부, 주말에
와서 원앙처럼 사는 집이라네

시인 부부 여기 와서,
주말마다 꿈 펼치면서 산새처
럼 오순도순 사는 둥지라네

집 앞 텃밭에는
무 배추 상추 고추 심어 수
많은 손결 흔적 묻어 있건만``````,

야속하다
이 땅은 아직도 주인의
성실한 맘, 꿈 알아주지 않네


억새꽃 길


소나기가 지나간 능선 위로 햇살에
눈부신 억새꽃, 파란 하늘 담고 산들
바람에 사르르 부서지는 은파(銀波)
속으로 옛 생각 따라간다

외줄기 오솔길 끝없이 벋어 나고,
그 속에서 소곤소곤 귀에 익은 속삭
임, 임의 밀어에 촉촉이 가슴 젖고,
저 고개 위론 하얀 길엔 신기루``````,

가는 길 굽이마다 돌길, 가시밭길 헤
치면서 넘어지면 일어나 산마루 올라
가면, 고운 임 기다릴 듯

온몸엔 상처투성이로 정상 올라 산 넘
어가니, 머리 위엔 억새꽃이 피고, 아
무도 없는 빈산에 타는 저녁노을 ``````,


어머니의 눈물


어머니는 눈물 씨앗을 자식 가슴에
묻어, 별을 만들려고 온갖 노력과
고통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씨앗은 벅찬 긍지로, 애타는
그리움으로, 아린 아픔으로 자라,
마침내 빛나는 별이 된다

검은 그림자들아 쫓지 말라, 먹구름
이 빛을 가리 듯, 눈부신 별을 빛
바랜 별로, 그 별을 또 아픈 눈물로,
만들려고 하지 말고 멀리 떠나라

어머니는 캄캄한 암흑 속에서도,
조용히 눈물을 자식 가슴에 심어, 별을
또 그 별을 마침내 태양으로 만든다


화왕 산속 고가(古家)

깊은 산속에 고색창연하고 아담했던
기와집 허물어진 담장 넘어 소슬바람
스쳐 가고, 빈집은 잡초 속에 나리꽃
만 뜨겁게 피고 진다

화사한 봄 뜰, 고목 가지에도 살구꽃
피어 꿈같이 곱게 타던 날은, 저기 저
집엔 어느 천사 살까 선망의 집이었다

주인 떠난 빈집만 주검처럼 누워있어,
먼 생각에 개울가에 나와 앉으니, 산
뜻한 초사흘 달이 먼저 와 앉아서
애석함 걷어놓고 간다


당신의 뒷모습

당신의 고운 자태
옛날엔 몰랐건만, 지금 와서
돌아보니 진흙 속에 진주일 레

당신의 속 깊은 줄은
헤아리지 못했는데 쌓은 일
돌아보니 나에겐 넘치는 사람

당신의 참된 조언
옛날엔 귀먹어 들을 줄 몰랐네,
지금 와서 생각하니 구구 절 절
모두 옳은 말씀``````,

부모님 잘 섬기고 형제간엔
우애 지켜 오순도순 사는 정은
모두 당신 덕분임을 이제야
가슴 깊이 깨우치네

좋은 세월 다 지나가고 산수를
맞으니 삶의 끝자락도 보이고,
거친 손 주름진 얼굴 애처로워
가슴 젖어 강이 된다


무진정(無盡亭)


동정문(動靜門) 들어서면 무지개
아치 다리, 연못 가운데로 이어져
만난 팔각정 물 위로 솟아올라,
하늘 위로 포르르 난다

저 하늘 저 물은 옛날처럼 아름
다운데, 주인 잃은 연못가엔 잎
진 고목들만 빽빽이 에워싸고
그 옛날 화려했던 역사를 묵묵
히 일러준다

석양에 해 기우니 달 같은 태양
이 수면 위로 내려와서 놀 진
하늘이 연못 가득 담긴다

그 속에 하늘과 구름, 정자와 고
목들만 물속에 어우러져 한 폭
동양화``````, 가던 길 멈춰 선채
나그네 혼자 지킨다.

*무진정: 1567년에 무진(無盡) 조삼(趙參)선생의 덕을 추모한
정자로. 선생이 여생을 보낸 곳. 자신의 호를 따서
지은 정자의 이름. 앞면 3칸·옆면 2칸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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