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네 / 송찬호
외로운 홀몸 그 종지기가 죽고
종탑만 남아 있는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종소리를
이렇게 보자기에 싸 왔어요
그런데 얘야, 그게 장엄한 사원의 종소리라면
의젓하게 가마에 태워 오지 그러느냐
혹, 어느 잔혹한 전쟁처럼
그것의 코만 베어 온 것 아니냐
머리만 떼어 온 것 아니냐,
이리 투정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긴긴 오뉴월 한낮
마지막 벙그는 종소리를
당신께 보여주려고,
꽃모서리까지 환하게
펼쳐놓는 모란보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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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을 잘라 베란다에 버려 둔 무가 싹을 내밀더니 오늘은 꽃 한송이를 피워 놓았습니다 흰색 바탕에 꽃술은 노랑색 꽃잎 끝은 연보라색 입니다 꽃들은 다 예뻐지만 잘린 무가 피운 꽃은 신기하고 기특하기만 합니다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뜻 밖에 피어 난 꽃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봄은 정말 놀라운 계절임에 틀림 없습니다 곳곳에서 생명들이 푹죽처럼 터지고 있습니다 마음의 눈을 뜨면 그 생명들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겠지요 이 봄이 생명을 피우는데 집중한다면 우린 마음의 눈을 뜨는데 집중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찬란한 봄도 슬프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녁 7시 인더가든에서 봄볕 같은 시토론 시간 가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