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살구나무 / 김현식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것도 없는가? 유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의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 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는가?
양산을 거꾸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양산의 가늘고도 긴 현을 두드리던
살구처럼, 하얀 천에 떨어져 뛰어다니던 살구처럼,
추억은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
햇살이 점점 뜨거워져 그만 여름입니다
푸른 오월도 뒷모습을 보이며 세월의 모퉁이를 돌아 나갑니다
언제쯤 이 오월을 다시 마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아침입니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살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현자들은
일러주지만 늘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삽니다 지나간 어제를 아쉬워 하고
돌아올 내일을 불안해 하는데 다 쓰고 맙니다
유월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데 집중해 보는 달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유월이라 입에 올리기만 해도 또 다른 활력이 생깁니다
뜨거움과 푸르름이 더 짙어질 유월을 위해 며칠 남은 오월
우리 물빛 시토론과 함께 마무리 잘 해야 겠습니다
공휴일 때문에 한 주 밀린 시토론 날입니다 뵌지 오랜 듯 합니다
내일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저녁 7시 인더가든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