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님, 우리 옆집이 팔리고 한참 지나더니
요즘은 건물 짓는 소리가 새벽잠을 깨웁니다.
외출할 때마다 집짓는 모습을 조금씩 눈여겨 보며
시쓰는 일도 집짓는 일과 같지 않을까란 생각을 합니다.
새로 짓는 건물 속을 드나드는 인부를 보며
저 분은 시를 쓰고 있는 거야, 란 생각을 합니다.
부디 감동적인 시가 탄생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
*
철근을 옮기는 법
윤성학
작고 볼품없는 인부 하나가 철근을 옮긴다
제 키의 세 배나 되는 길이의
굵은 철근 한 묶음을 들어올리려 한다
양쪽 끝을 다듬어 맞추고
한쪽 끝을 힘겹게 들어올려
어깨에 간신히 올려 놓는다
철근은,
인부와 지면의 각이 90도인 직각삼각형의
긴 변이 된다
어깨를 퉁겨 철근을 슬쩍슬쩍 들어올리며
인부는 조금씩 앞으로 간다
한 발
한 발
철근 뭉치의 중심을 향해 걸어간다
하중이 두 개로 휘어지는 곳까지 왔다
무게 중심에서
나를 누르는 것들의
중심으로 걸어가고 싶다, 그들이
어깨 위로
휘청
들어올려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