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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달을 기다리며(2월 21일 영남일보 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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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달을 기다리며


정월 대보름이 다가온다.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묵은 나물, 귀밝이술을 먹고 부럼 깨기, 복조리 걸기, 윷놀이, 지신밟기와 달집태우기, 줄다리기, 달맞이 등의 민속놀이를 한다. 어렸을 때는 설날 전날이나 대보름 전날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하여 잠들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썼다. 그렇게 용을 쓰며 참아도 내려앉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든 다음날이면 오빠와 언니의 장난으로 허옇게 밀가루가 묻어있어 눈썹이 센 줄 알고 기겁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새벽이면 솜씨 좋게 만들어진 복조리가 마당에 던져져 있고 어머니는 행여 복이 떨어질세라 그것부터 주워 부엌에 걸어두셨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정겨운 풍경이 됐다.

대보름놀이 중에 나는 달맞이를 가장 좋아한다. 달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 친구들과 동산으로 가며 목청껏 부르던 동요는 50대가 된 지금 불러도 곧 달맞이를 가는 듯 흥겹고 설렌다. 달을 향해 각자의 소원을 빌기도 하지만 대보름날의 달빛이 진하면 풍년이 들고 흐리면 흉년이 든다며 일년 농사를 점치기도 하였다. 저 멀리 있는 달은 우리 조상의 농경 생활에 나침반 역할까지 하며 늘 곁에 있는 이웃처럼 가깝고 친근하다.

개기월식이나 개기일식, 조수 간만의 차를 일으키며 바다를 움직이는 달은 언제 보아도 신기하지만 특히 정월 대보름달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은 무슨 말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언젠가 최정산 달빛산행에서 대보름달이 유유히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어마어마한 크기와 눈부시지 않게 세상을 밝히는 빛에 감탄한 적이 있다. 중천에 두둥실 뜬 달도 고고하지만 그렇게 천천히 떠오르는 대보름달의 우아하고 여유로운 자태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이 경이로웠다.

보름달을 이야기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조선 백자 달항아리. 나는 우리 고미술품 중에 최고는 달항아리라고 생각한다. 아득히 먼 곳에 있어 감히 만질 수도 가질 수도 없는 달을 우리 조상은 달항아리로 만들어 일상생활에 쓰며 품고 살았으니 그 기발한 발상과 풍류는 가히 세계적이라 할 만큼 깊고 멋지다. 달을 항아리로 빚어 곁에 두듯이 달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다가오는 정월 대보름달, 그 순박하고 기품 있는 달항아리 속에 나는 벌써 소원 하나를 담고 있다.


박경화 <소리꽃하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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