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님, 올리신 '봄눈'이란 시가 참 재미있네요.
간혹 적은 돈을 꿔줄 때는, 꿔준다기보다 그냥 준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편하더군요. 그래야 못 받아도 실망하지 않고, 욕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돈 없을 때 생각나지 않고......^^*
어제 밤엔 하늘을 보며 걸었어요. 보름이 지난 삐뚝한 달과 유난히 반짝이는 별, 눈이 내렸기 때문에 별이 더 반짝이는 것이라고 엉뚱한 생각을 하며.
요즘 자주 밤하늘 별님과 대화하시는 듯한 애님을 위해 시 한 편 올립니다.
*
하늘에 쓰네
고정희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하늘에 쓰네
내 먼저 그대를 사랑함은
더 나중의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내 나중까지 그대를 사랑함은
그대보다 더 먼저 즐거움의 싹을 땄기 때문이리니
가슴 속 천봉에 눈물젖는 사람이여
억조창생 물굽이에 달뜨는 사람이여
끝남이 없으니 시작도 없는 곳
시작이 없으니 멈춤 또한 없는 곳,
수련꽃만 희게희게 흔들리는 연못가에
오늘은 봉래산 학수레 날아와
하늘 난간에 적상포 걸어놓고
달나라 광한전 죽지사
열두대의 비파에 실으니
천산의 매화향이 이와 같으랴
수묵색 그리움 만리를 적시도다
만리에 서린 사랑 오악을 감싸도다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동트는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해지는 하늘에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