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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867회 물빛 정기모임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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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는 새들처럼 / 강대선



더러는 세상을 가지는 일로
절벽에서 꽃이 지고
고양이가 납작해지고
아이들이 죽고
그대가 어두워진다고 말하고 싶었네

나 아닌 건 허공에 부려놓고 가도 좋았을 거라고

먼 길 떠나는 새들이 그러하듯이

더러는 세상을 버리는 일로
절벽에서 꽃이 피고
겨드랑이에서 가지가 뻗고
아이들이 살고
그대가 환해진다고 말하고 싶었네

나 아닌 건 강물에 부려놓고 가도 좋았을 거라고

먼 길 떠나는 바람이 그러하듯이


*
포도 익는 냄새가 코끝에 맴돕니다 잘 생긴 먹빛 포도 송이가 숙련된 농부의 농사 솜씨를 잘 보여 줍니다 며칠 전 트럭에 직접 싣고 와 길가에 부려 놓고 파는 포도 한 상자를 샀습니다 반갑게도 고향 산지의 포도였습니다 고향 이름만 보아도 정답고 피붙이처럼 느껴져 보지도 안고 덥석 상자부터 끌어 안았습니다 들고 오는 내내 포도 향이 고향 냄새 같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평생 포도 농사를 지으신 부모님 생각도 절로 났습니다 포도가 익는 8월이면 고향엔 밤낮 없이 포도 익는 향이 진동했습니다 한동안 큰 트럭과 차들이 끊임없이 오가고 사람들로 북적이던 한때가 포도의 끝물과 함께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뭔가 뚝 끊어진 듯한 고향의 적막이 말라가는 포도잎처럼 참 쓸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 밤이면 어딘가로 떠나는 꿈을 자주 꾸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한 알이라도 빠질까 알알이 박힌 포도송이를 애기 다루듯 했던 어머니처럼 한 송이 포도를 두손 가득 받쳐 들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밤입니다 온통 포도빛 밤입니다 물빛님들 오늘 저녁 7시 인더가든에서 포도향 같은 달콤한 시토론 시간 가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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