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임새 님,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물빛님들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구름바다 님, 이오타 님과 사모님, 아리 님(난 '우리'가 더 좋던데), 목련 님, 보리밥 님, 칸나 님, 하이디 님, 애 님, 순옥 님, 침묵 님, 발레리아 님, 맥가이버 님, 모닥불 님, 미소년 님, 하루 님, 착한여자 님, 카라 님......이곳에 오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느낌을 가지실까 생각하며 한 분 한 분 떠올렸었지요.
무작정 갔었는데 마침 서실이 비어있어 그곳에서 이틀을 자고, 별채인 칠류헌에서 예약했던 하루를 지냈어요. 돌아올 때는 마치 오래 살던 곳을 떠나는 것 같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대청마루에 누워 반나절을 보내다 왔지요.
맑은 공기, 자연 풍광이 빼어나 어느 분에게나 적극 권하고 싶은 곳이 되었어요.
고택이나 옛물건을 워낙 좋아하는 탓도 있지만 대가집에서 3박 4일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을 탁월한 선택이라 자찬하며 시종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어요.
새벽에 듣는 첫닭 울음 소리, 새소리, 매미소리, 기차소리, 주인 어르신의 나즉하면서도 힘찬 말소리와 계곡에서 듣는 물소리, 바람소리는 저의 또다른 소리 선생님들이었지요. ^^
억지 춘양이란 말의 유래와 춘양목(적송)의 아름다움, 고택의 99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종가 종부로서의 역할 등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고 온 여행이었어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살고 온 듯......
고택을 지키고 계신 강백기 어르신의 박학다식함과 종일 일손을 멈출 새 없으신 종부의 부지런함에 존경을 표하며, 병환 중이신 노마님의 단아함에서 옛 종가의 품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카타르시스 님이 떠나신 저녁엔 마침 고조부의 기일이라 제사 떡도 얻어먹을 수 있었는데 직접 만든 것이라 그런지 모양과 맛이 일품이었어요. 그걸 못 먹고 간 카타르시스 님, 아깝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