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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변 희 수

창문을 화면으로 사용할 때

실시간으로 내리는

눈의 생방송을 지켜본다

최종회처럼 펑펑 쏟아지는 대사

누가 울고 있었나

볼륨을 높이면

물기를 잔뜩 머금은 목소리가 들린다

싸우듯이 사랑하듯이

오늘은 시청률이 높은 날

팔을 벌린 사람이

이게 축복이냐고 고래고래 고함을 친다

날씨는 채널의 다른 이름이라고

화면 밖에서 눈뭉치가 날아온다

펄펄 눈의 무한 팔매질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사람이 출연자가 되어

용서하라, 용서하라

흰소리를 낸다

쌓이다 보면 녹는 것도 있겠지

에필로그처럼

부엌에서 찻물이 끓는다

이후의 날씨를 걱정하던 사람이

채널을 돌린다

*

오늘은 937회 물빛 시토론 날입니다

오후 3시까지 토론해 봅시다 방에

시 한 편 올려 주십시요

저녁 7시 T 그룹 통화로 연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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