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권리/ 남금희
또 이별이지요
당신은 서서, 나는 누워서
어떻게 죽을지 어떻게 살지
염려하지 않기로 해요
나 죽으면 비밀로 해 주세요
불 꺼진 듯 살아온 나를 울지 마세요
잃어버린 바람개비를 찾으려고
헤매는 동안
희고 푸른 감람나무
새 순이 돋아나는 곳을 바라봅니다
겁 없이 달아났어도 쓸쓸히
봄눈처럼 돌아왔으니
이제는 당신의 발을 씻길 수 있어야 하는데
내 허물은 새들에게 주고
그만 나를 지워 주세요
*
시집을 펴 들고 시를 읽는 오후 입니다
마음이 시 쪽으로 다 기울어 일상이 저 멀리 아득합니다
시를 읽는 순간만큼은 맨몸의 나를 만나는 순간이라 생각 합니다
무엇으로도 덧 씌워지지 않은 그 느낌이 시를 읽고 쓰고 생각하게
하는 힘 같습니다 그리고 시를 사랑하게 하는 의미 같습니다
시를 통해 여태껏 알지 못했던 타인과 세계와 자신이
서로 이어지고 얽혀 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맡겨진 선물" 안에도 여러 사람의 제가 다 들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를 읽듯이 읽었습니다
남금희 선생님 시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좋은 시 읽게 해 주심 저에게 또 다른 큰 선물입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 드립니다
무엇보다 여름 오후가 소란스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