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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아저씨 (1월 31일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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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아저씨

바쁘게 살다보니 우리 곁에 좋은 이웃이 있어도 잘 모르거나, 대화를 나눌 기회조차 없을 때가 많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안에는 언젠가부터 짧은 글이 적힌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위층에 사는 분이 속담이나 명언 등을 손수 써서 붙인 것이다. 그의 정성으로 가까이 살지만 잘 모르는 이웃이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분은 이사를 갔다. 출퇴근하며 읽던 짧은 글이 내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다는 인사도 한 번쯤 못한 채 헤어져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 이용하는 복사 및 도장가게 아저씨는 열심히 일하지만, 돈은 많이 벌지 못하는 듯하다. 그분의 전 재산일 것 같은 낡은 복사기는 잘 되다가 덜컥 멈추기도 해서 복사가 끝날 때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이지만, 아저씨가 워낙 친절하고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일부러 그곳에 일을 맡긴다. 가게에 일이 없을 때는 막노동을 나가거나, 동네의 궂은일을 도맡아 봉사하는 그분을 나는 속으로 복사꽃아저씨라 부른다. 봄날의 꽃처럼 아저씨의 사업도 환하게 피어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다.

아는 분 중에 올해로 72세가 된 은자형님은 좋은 것, 맛있는 것이 있으면 아껴두었다가 누군가에게 주고 자신은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 자연을 무척 사랑하며, 산행을 하면 구석구석 숨겨진 쓰레기를 줍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래서인지 친구가 많고, 그 연세에도 누군가의 일을 돕느라 늘 바쁘다. 항상 웃고 긍정적이며, 가진 것이 없어도 언제나 행복해한다. 욕심 없이 사는 그분의 소탈한 웃음 속에 담긴 파란만장한 세월을 마디 굵고 험한 손이 대신 말해주는 듯하다.

자신이 사는 시골 마을길에 꽃나무를 줄지어 심으며 언젠가 그곳이 명소가 되기를 꿈꾸는 분도 있다. 사비를 들여 모두가 즐겁게 오갈 수 있는 길을 꾸미고 다듬는 그분은 해마다 아름다워지는 마을을 보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뿌듯하고 행복할 것이다. 떠들썩한 봉사나 기부는 아니지만, 이런 좋은 분들이 있어서 우리 사회는 건강하고 희망이 있다. 이웃을 배려하며 사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적인 갈등으로 힘들거나 좌절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배려와 나눔의 생활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박경화 <소리꽃하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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