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그늘
유재영
새 한 마리가 똥을 누네 느릅나무 가지 사이로 반짝, 빛나는 지상의 얼룩. 조금 전 밀잠자리 사냥으로 배가 부른 채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즐기시던 버마재비가 순간 놀라 속옷까지 다 보이며 날아가네 며칠 전 알에서 깨어난 금빛어리표범나비 날갯질 한참 하고 가더니 오랫동안 입 다물고 있던 금강초롱이 비로소 꽃이 되었다 보는 이 없어도 그냥 이루어지는 저 아름다운 기교여 소풍 나온 어린 바람 저희끼리 치고받으며 히히대고 어느덧 개망초꽃 너머 한결 팽팽해진 햇빛들, 느릅나무는 오늘도 그냥 그 자리 백 년도 더 된 커다란 그늘을 평평하게 깔고 있었다
*
나는 단 하루도 시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다.
나는 단 하루도 소리를 하지 않는 날이 없다.
시와 소리는 꿈에서도 공부한다.
특별한 시인의 눈, 시인의 마음,
특별한 소리꾼의 목청, 소리꾼의 끼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므로
단 하루라도 공부를 쉰다면
지금처럼 어줍잖은 시며 소리조차도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다.
저 들판이며 하늘, 바람, 별, 구름에게
시를 바치기 위해
소리를 바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시와 소리를 공부한다.
시는 긴장감을 더해야 하고
소리는 긴장감을 풀어야 하는 그 둘 사이에서
나는 시가 소리고, 소리가 시인 공부를 하고 있다.
*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어 모임에 참석하시고 또, 나의 작품을 평해 주시는 우리 회원 님들께 늘 감사.
회원들의 간식을 위해 가창까지 가서 진빵이며 만두를 사오시는 회장님의 정성에도 감사.
건강상 참석은 못 하고 계시지만 늘 따스한 마음, 눈길로 홈을 지켜주시는 구름바다 님께도 감사.
앞치마 님과 산정 님, 시적 고통의 길을 함께 가고자 회원이 되어주신 것에도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