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도 루소의 숲에 다녀왔어요.
싱싱한 토마토를 나눠주려고 온 은자 형님의 차를 타고 잠깐 산책할 생각으로 갔었지요. (잠깐이 몇 시간이 되어 집에 오니 점심 때네요.)
세수도 안 한 터라 개여울에서 얼굴을 씻으니 마치 성수로 세례를 받는 듯했어요. 토마토 한 개로 아침 배를 채우고 소리샘에서 소리연습도 좀 하고 별빛골로 산책을 했지요.
산을 엄청 좋아하는 은자 형님은 연신 감탄, 감탄, 감탄. 숲을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또 연신 감사, 감사, 감사.
숲은 마술사처럼 우리를 소녀로, 무릉도원 신선으로, 한 점 나뭇잎으로 만들어 주었어요.
원두막에 앉았는데 뭔가 툭 떨어져서 보니 몸통빛이 아주 신비로운 곤충이었어요. 나비, 잠자리, 매미 등은 금방 알겠는데 다른 곤충들은 도무지 헷갈려요. 어린 장수풍뎅이라 여기며 팔목에 올려놓으니 조금 기어다니다 순식간에 날개를 펴고 날아가 버렸어요. 아마 나를 딛고 첫비행을 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지난 토요일엔 나무의자 위에서 맴맴 돌고 있는 애벌레를 근처 나무에게로 옮겨주었고, 오늘은 어린 장수풍뎅이의 비행을 도왔으니 루소의 숲 곤충들에게 제 소문이 좋게 나지 싶어요. 그동안 지은 죄도 이로써 사해지면 좋겠어요. ^^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숲이 내 것(?)처럼 있어 참 흐뭇하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