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집에서부터 걸어서 루소의 숲에 가보고 싶었다.
감자를 삶아 나서는 순간 순옥 언니의 전화가 와서 동행하게 되었다.
언니의 차로 편하게 갈 수 있었는데, 언젠가 함께 가보자고 했던 추임새 님과 카라 님께 미처 연락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김동일 선생님께 약속한 노랫가락 악보를 드릴 겸 숲도 즐기고 싶었다.
선생님이 안 계시면 원두막 어딘가에 두고 올 생각이었는데 전화를 해보니 마침 서울로 출타 중이셨다.
루소의 숲은 온통 우리 차지였다. 아니, 차지란 말은 건방지다.
숲이 우리를 불러 품어주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가져간 악보를 원두막에 있는 보면대에 얹어두었다.
우리 음악을 양악보로 나타낼 수는 있지만 장단의 변화나 시김새 등까지 세밀하게 표현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 음악을 부를 때나 연주할 때, 흥에 겨워 저절로 우러나오는 장단의 변화라던가 한껏 기량을 부릴 수 있는 시김새의 그 맛을 어찌 양악보로 다 표기하랴!
그 멋스러움과 매력은 직접 접해봐야만 느낄 수 있다.
숲이 주는 신비로움과 자연스럽게 가꾸어 놓은 주인의 마음에 대해 연신 감탄하며 거닐다가, 침묵하다가, 또 거닐다가......나는 원두막에서 잠이 들었다.
내가 잠든 사이에도 순옥 언니는 계속 거닐었다고 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하는 그 순간이 진짜 상상의 숲, <루소의 숲>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달디단 잠, 아무 생각없이 스르르 잠들었다 깨어나니 생강나무 잎사귀 사이로 조각조각 보이는 하늘이 참으로 맑고 아름다웠다. 그 하늘을 조각조각 떼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