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방. 2
장하빈
방문을 따고 들어서면
햇빛과 그늘이 먼저 와서
서로 밀고 당기는 놀이를 하고 있다
부재중인 그를 기다리다 오늘도 지쳐서
햇빛에게 말 걸며 창가에서 놀다보면
외로움 탱탱히 부풀어오르고
오랫동안 부화되지 못한 눅눅한 기억들
녹슨 문고리 잡고 흔든다
빈방 들어서면
터진 실밥 같은 것들 만져진다
*
<터진 실밥 같은 것들>...
지금 내 방엔 수를 놓고 남은 실꼬랑지들이 흩어져있다.
이불 정리를 하고 버려야 할 이불 호청 중에 깨끗한 부분은 찢어 수를 놓고 있다.
밥상보나 다포로 쓰려고 하는데 수를 놓다보면 시간이 정말 잘 간다.
부재중인 그를 기다리는 일에 수놓기를 권하고 싶다. ^^*
수를 놓고 놓다보면 언젠가는 오지 않는 그의 앞에까지 수를 놓게 될 것이다.
더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내가 그의 앞까지 가서 만날 것이므로.
*
하빈 선생님, <비, 혹은 얼룩말>은 잘 받았습니다.
감사의 마음은 이 다음 산행 때 김치볶음밥으로 한 턱 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