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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의 길 (조용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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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의 길

조용미


바람이 일어
水路 위에 또 물길이 곱게 생겨난다
물 위에 일어나는
물의 길
물에는 무슨 길이 저리 많은지
물은 무슨 길들을 저렇게도 많이 숨기고 있는지
저 많은 길들을
동그랗게 하나로 모으는
사람이 오래도록 외롭게 서 있는
그 언저리
물 위로 난 길들이
사람의 길이 될 수는 없어
쓸쓸함이
멀리 번져 나가는
그 반짝이는 해질 무렵의 수많은 길들이

*

시를 읽으며 시인의 눈이 참 예리하다는 것에 또 한번 절감한다.
바라보는 모든 것이 시가 되니......
깊은 사유, 언어의 배치 감각이 시읽는 맛을 더해준다.

사람의 길이 될 수 없는 물의 길, 물의 길로서만 열리고 닫히는 그 길,
시인의 눈길만이 걸어다닐 수 있는 길......

이제껏 생각없이 살아온 나의 길이 물 위의 길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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