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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차갑고 지겨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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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따스함이 지나쳐 차갑고 지겹다.
물빛님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여리고 반듯함이 지나쳐 차갑고 지겹다.
나 또한 물빛, 그런 내가 차갑고 지겹다.

문학을 철저히 외면하며 사는 것 같아서 차갑고
문학 속에 철저히 갇혀 오히려 문학이 뭔지도 모르고 사는 것 같다가
토론 때는 문학에 더 깊이 갇히지 못하고 사는 것을 애통해 하는,
늘 그렇고 그런 모습과 늘 듣고 듣는 말, 늘 했던 말 또 하게 되는 것이 지겹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럼 이게 뭐야, 뭐란 말야!
내가 매달려 있는 시며 시 때문에 또 매달려 본 소리는
왜 나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가!
만족이란 또 어디까지인가!

흥, 시시한 시!
쳇, 차갑고 지겨운 물빛!

차갑고 지겨운 물빛의 한 명인 나는 그래도 시를, 물빛을 떠나지 못한다.
왜?
죽을만큼 해보았는가, 라고 자신에게 물어보면 늘 아니었으므로!
차갑고 지겨운 것도 시이며 물빛이므로!

*

아래 사진은 10월 27일 송광사에 다녀오며 찍은 것, 주암호수와 손톱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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