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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식이 상팔자라지만 (1월 24일 영남일보 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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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식이 상팔자라지만

‘가지 많은 오동나무 바람 잘 날 없고, 자식 많은 우리 부모님 속 편할 날 없네’라는 진도아리랑 가사가 있다. 이 가사를 읊조릴 때면 돌아가신 아버지와 아직도 자식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으신 어머니가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려운 형편에 6남매를 거두느라 당신네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못하셨으며, 고생이 끝났다 싶으면 또 다른 일이 터졌던 분들이다. 영원히 우리를 지켜줄 것 같던 아버지는 효도 한 번 받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 팔순이 넘은 어머니는 남편과 아픈 자식 둘을 먼저 보내고, 뒤늦게 배운 서예로 그 슬픔을 달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잘 찾아뵙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 어릴 적엔 집집마다 형제가 많았다. 요즘은 결혼적령기가 늦어지고, 아이도 적게 낳으며, 미혼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나 또한 맏며느리로 결혼한 지 오래지만 자녀가 없다. 유교문화가 뿌리 깊은 한국에서 맏며느리가 대를 잇지 못하고 산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간혹 아이는 몇이냐고 무심히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아이가 없다고 대답하면, 자신의 질문이 너무 큰 상처를 건드렸다는 듯 미안해한다. 나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덩달아 미안해지는데, 그렇게 잠깐 어색한 시간이 흐른 뒤엔 꼭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대화가 오가기도 한다.그 말이 위로가 될 때도 있지만, 자식이 없다는 것은 결혼으로 얻어지는 크나큰 선물을 받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때로는 애물단지이지만, 보물단지이기도 한 자식. 자식을 통해 얻는 소소한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자식 때문에 죽을 듯이 괴로워하다가도 그가 건네는 말 한 마디에 모든 것이 용서되고, 좋아 못 사는 것만 봐도 자식이란 선물의 위력은 대단하다.

나는 자식이 없으니 어머니가 자식을 앞세워 떠나보낸 그 절절한 아픔의 근원까지는 감히 가늠하지도 못할 것이며, 나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는 영원히 듣지 못한다. 불임부부나 자신의 아이가 있음에도 아이를 입양해 사랑으로 키우는 사람을 존경하면서도 나는 그런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저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 선생으로서 그들을 내 아이라 여기며 마음을 다할 뿐이다. 각자의 생각대로 살아가는 삶이고 무자식이 상팔자라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이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이 세상을 좀 더 풍성하게 하는 일일 것이다.


박경화 <소리꽃하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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