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는 도시인이 많아졌다고 한다. 퇴직한 뒤 여생을 보내기 위함과 건강을 먼저 챙기며 자신만의 생활 스타일을 찾아가는 젊은층도 늘어난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언젠가는 귀농하고 싶어 작년부터 세를 얻어 미리 텃밭 가꾸기를 해보고 있다.
꿈에 부풀어 계절별 채소 심기를 알아보고, 종묘상에서 여러 가지 씨앗과 모종을 샀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주택에 살면서 꽃밭을 가꾸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고, 내가 생각한대로 되는 게 없었다. 뿌린 씨앗은 새가 먼저 먹고, 모종은 거름의 양을 잘못 맞춰 죽어버리고, 돌은 또 어찌나 많은지 호미질을 할 때마다 나와서 장에 내다팔고 싶을 정도였다. 1천평의 농사를 짓든, 단 한 평의 텃밭을 가꾸든 부지런함이 첫째여야 하고, 농기구는 구색을 맞춰 다 있어야 했다. 농사 경험이 많은 분들의 조언은 필수적이며,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하늘이 내려주는 자연의 힘을 받지 않으면 뭐 하나 제대로 된 결실을 얻기가 어려웠다.
몇 가지 먹거리 정도만 농사를 짓는데도 좌충우돌했던 것은 나의 무지한 일머리와 의욕만 앞서 농사일을 너무 쉽게 본 탓이었다. 호미로 흙을 일구고, 모종을 심어놓으면 예쁘게 쑥쑥 자랄 줄 알았다. 그런데 가지와 토마토, 감자가 민망할 정도의 크기와 이상한 모양새로 달려서 너무 놀랐다. 시기가 적절하게 돌봐주지 않고, 돌밭에 처음으로 농사를 지어서 그렇다고 땅 탓만 했다. 그런데 자연의 손길 덕분인지 거친 모양새에 비해 그 맛은 아주 좋았다. 그런 순수한 맛이 그리워 귀농 또는 귀촌을 하고, 직접 지은 먹거리로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것이리라.
나는 여러 가지 직업 중에 농부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자연을 경외하고, 그 섭리에 따라 부지런히 일하면 노동의 대가가 정직하게 따르기 때문이다. 물질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면 농부도 충분히 경쟁력있는 멋진 직업이다. 요즘은 농기구의 발달과 과학적인 농법으로 농촌생활도 많이 편리해졌다. 덕분에 귀농 또는 귀촌 열풍이 이어져 농촌이 더욱 활기차게 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정년퇴임이 없는 평생직장으로 선호되기를 바란다. 자연을 무대로 자연과 대화하며 살아가는 사람, 우리 삶의 기본인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농부가 가장 존경받는 세상이 오리라고 믿는다.
박경화 <소리꽃하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