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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872회 물빛 정기모임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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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 울라브 하우게


눈이 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
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
아니면 어린 나무를 감싸 안고
내가 눈을 맞을 것인가

저녁 정원을
막대를 들고 다닌다
도우려고,
그저
막대로 두드려주거나
가지 끝을 당겨준다
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
온몸에 눈을 맞는다

얼마나 당당한가 어린 나무들은
바람 아니면
어디에도 굽힌 적이 없다
바람과 어울림도
짜릿한 놀이일 뿐이다
열매를 맺어본 나무들은
한 아름 눈을 안고 있다
안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
내일은 물빛 36집 출판 기념회 날입니다 2019년 일년동안 쓴 시를 동인지로 묶어 출판 했습니다 어떤 날보다 뜻 깊고 보람찬 날이기도 합니다 시를 읽고 시를 생각하고 시를 쓴 시간들을 한 권의 시집으로 고스란히 남겼습니다 36년 동안 해마다 동인지를 발간해 세상에 내 보낸 물빛의 저력이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세월의 깊이와 길이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삶이 숨겨 놓은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일년 동안 시를 통해 누렸습니다 타인의 발견까지 나의 깨달음이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크고 달고 향기로운 올해의 열매를 한 아름 안아 볼 내일을 기다리겠습니다 물빛님들 기쁜 마음 즐거운 마음 들고 오십시요 내일 저녁 6시 비원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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