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서정춘
그것은, 하늘 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줄 같다
그것은,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말까
물망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당겨주는 힘
그 첫 줄에 걸린 것은
바람이 옷 벗는 소리
한 줄뿐이다
*
어제는 봄비가 촉촉히 내렸습니다 이 비로 다투어 꽃잎과 새싹이 돋아 나올 것 같습니다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봄이 번지기 시작할 테지요 물빛님들 시심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시작 할 것입니다 양지 바른 곳에 활짝 벌어진 목련 꽃잎 앞에서 또 다시 감각에 상처를 받습니다 아름다움에 찔리는 상처는 감각을 예민하게 벼려주기도 합니다 이 봄에는 무엇이든 벨 수 있는 잘 벼린 감각의 칼날하나 품고 싶습니다
물빛님들 잘 벼린 칼로 단 칼에 베어 버린 시를 내일 보여 주시겠지요 봄물이 뚝 뚝 떨어지는 시토론 시간 가지겠습니다
내일 저녁 7시 인더가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