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보고 싶어라
꽃에 사라져 가는
신의 얼굴을
- 바쇼 -
방랑 중에 오사카 근처 벚꽃 핀 산을 보며 지은 하이쿠이다. '새벽의 벚꽃을 더 보고 싶어라'는 의미와 '이른 새벽 벚꽃에서 신의 얼굴을 본다'는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새벽이면 벚꽃이 밝아져 오면서 사라지는 신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해석도 있다
봄밤은 벚꽃에 날이 새며 끝이 나누나
이 하이쿠도 '꽃이 밝아져 오면서 봄밤은 끝이 난다'로도 읽히고 '꽃을 감상하느라 밤을 새우게 된다'로도 읽힌다. "시에 뜻을 둔 이는 자연의 조화에 순응하고 사계절의 변화를 벗 삼아야 한다."라고 바쇼는 썼다.
향기 찾다가 매화를 바라보는 헛간 처마 끝
ㅡ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한 줄의. 시를 읽다 /류시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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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조화에 순응하고 사계절의 변화를 벗 삼아야 한다'는 바쇼의 말이 늘
감각을 예민하게 벼려야 한다는 말과 같겠지요 일상에 메몰 된 시간을 반성하면서도 돌아서면 다시 일상에 메몰 됩니다 감각은 조금만 눈을 돌려도 무딘 칼끝이 되고 맙니다 시가와도 알지 못해 툭 털어버리고 시가 들어 있는 자리도 알아보지 못해 밟고 지나갑니다 하지만 우리들에겐 일상의 환기구 같은 물빛의 시간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그 시간이 없다면 반성조차 없을 것입니다 일상의 숨과 다른 숨을 쉴 수 있는 물빛 시토론 날이 내일입니다 남은 시간 감각을 날을 벼려 시를 베는데 집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