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시절, 강남에서 명동으로 학교를 다녔다.
집은 강남구청 근처, 학교는 명동성당 바로 옆이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만원버스에 시달리며 오고가는 등하교길이 그나마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숭례문(그때는 남대문이라고 많이 불렀다)과 명동성당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오래된 멋스러운 전통 건물과 종교적인 아름다움의 성당을 매일 볼 수 있었던 것을 나는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지금도 그때의 만원버스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사람이 아닌 가축이 되어 마구 실려다니는 느낌이었고, 어쩌다 이상한 남자의 더듬대는 손길은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끔찍했다.
숨도 못 쉴 정도의 등굣길이 지옥길 같았지만 숭례문이 보이면 곧 내린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고 또 버스를 타고 숭례문을 지나면 이번엔 곧 집에 도착한다는 생각으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숭례문은 잠깐씩 반갑게 스치는 나의 이정표였다.
이제 그 정들고 고마웠던 이정표를 잃고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슬픔을 나는 눈물과 몇 줄 글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우리 역사의 등대 같던 숭례문, 늘 그 자리에 그렇게만 있을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