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자식이 있었다.
23살 아름다운 나이에 떠난, 집안일에만 매여 동생들 돌보며 자신의 꿈을 키우지 못했던 딸, 그러나 늘 순종하며 부모님께는 더할 수 없이 효녀였던 맏딸.
줄줄이 애먹이는 자식들 때문에 애간장 녹으시던 부모님을 위로하며 지켜주던 큰언니의 나직한 목소리와 중학교 입학할 때 나의 손을 잡고 함께 가주던 따스한 손길이 아직도 나를 이끌어주고 있다. 내게는 엄마보다 더 포근했던 큰언니였다.
덕산님께서 올린 동영상을 본 뒤 아버지 생각에 생전에 주고받았던 편지를 오랜만에 꺼내 읽었다. 시원시원하고 멋진 필체 속에는 오로지 자식 걱정뿐이셨다. 그때는 그저 부모님으로서의 말씀이려니 생각했지만 지금 읽으니 구구절절 지극정성, 애타는 심정이 환히 보여 가슴이 미어진다.
귀한 맏딸을 가슴에 묻고 그 세월을 어찌 견디셨는지...지금도 여전히 말없이 견디며 사시는 어머님은 또 어떠신지...부모님의 가슴속은 그 누구도 함부로 넘길 수 없는, 뜻깊은 성서와 같은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