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여행
취미가 같은 사람끼리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나는 우리 옛것에 관심이 많고, 무척 좋아한다. 그 무척 좋아하는 것 중에 우리 민요와 민속품에 대한 애정은 도가 지나칠 정도다.
건강을 위해 선택한 민요 부르기는 복식호흡을 통해 기가 잘 통하게 해주고, 밥맛을 가져다주며, 약한 체력의 내게 보약 역할을 한다. 배운 것을 끊임없이 복습하며 전통가락과 우리 장단의 멋에 푹 빠져 공부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민속품은 어릴 적부터 좋아해 손때 묻은 소쿠리에서부터 깨진 옹기까지 모으고 쓰다듬다 보니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벗과 다름없다. 나도 모르는 한국적인 정서가 뼛속 깊이 흐르는지 취미생활이나 가정에 필요한 것은 옛것에 먼저 초점을 두고 선택하는 편이다.
민속품을 즐기는 동호인 중에 전주에서 대구를 찾는 분이 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구라 할 정도로 각 지방을 다니며 골동품 가게를 둘러본다. 1950~60년대에 쓰던 접시 종류를 주로 모으는 그분은 용돈으로 취미생활을 즐기며 전국으로 문화여행을 다니는 것이라고 한다. 취미생활에 투자하느라 차도 못 바꿨다면서 작은 차를 머쓱해 했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갑부가 아닌 이상, 무언가 더 우선하는 것에 투자하기 위해선 절제하고 절약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문화여행, 참 멋진 말이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보며 취미가 같은 사람끼리 정보도 나누고 그 지방의 특색도 알게 되는 일,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우리의 옛것을 찾아 떠나는 문화여행, 나도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다.‘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문구처럼, 땀 흘려 번 돈의 일정 부분은 자신만을 위한 문화생활에 소비하는 것도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일이 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대구예총에서 주도하고 있는 책 읽기, 전시회나 공연장 찾기 등의 ‘예술소비운동’ 또한 그와 같은 취지일 것이다. 건전한 문화가 꽃피는 자리에는 언제나 밝은 미래가 함께할 것이다.
당장 생계가 달린 사람들에게 취미생활이란 말은 사치와 같겠지만, 거창한 무엇이 아니더라도 작은 것에 의미를 두며 행복해하고 서로 나누며 즐기는 것이 우리 삶의 기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박경화<소리꽃하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