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론했던 작품들을 오늘 아침에 다시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좋은 구절들만 돋보이니 웬일인지요? 예컨대 <밤은 노숙자의 걸음으로 지나간다(불면)>나, <너는 햇빛도 튕겨내는 차갑고 맑은 벽이다(반사유리)>, 그리고 <갈대가 울연히 자라나고/강물이 저렇듯 넘실대는 것은/ 강 너머 네가 보이지 않기 때문(시)>이라는 구절, <살을 차고 들어간 저 국화무늬의 말...(중략)... 덫에 걸린 그 말// 몸부림치는 흰꽃으로/ 갇혀있다(깊이 박혀 있다)>는 등의 구절들은 기억에 남는 가구(佳句)들입니다.
우리는 토론 시간에는 거의 <흠잡기>에만 열중하느라고 좋은 점을 얘기하는 데 인색했지요. 그것이 마치 물빛 토론의 전통(?)이 돼 온 것 같습니다. 나는 전에 독일의 47년 그룹 회원들이 그들의 작품을 평할 때 마치 고문하듯 혹독하게 비판했던 것이 2차 대전으로 황무지나 다름없던 독일문학을 부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을 인용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물빛토론도 가능하면 <듣기 좋은 소리로 칭찬하기>를 경계하고, 작품을 가져온 사람은 그 날 모임에서 <전기의자>는 못돼도 <꽤 긴장될 만한 의자>에 앉혀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인지 전에는 토론 시간에 너무나 분해서 눈물을 흘리며 운 사람도 있고, 자존심이 상해서 곧장 물빛을 그만 둔 분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가슴 아팠습니다.
지금은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농담조로 하는 비판인데도, 집에 가면 잠이 안 오고, 며칠 동안은 <물빛 홈페이지를 보기도 싫다>는 느낌들을 갖게 된다는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놀랐습니다. 글을 쓰는 분들의 마음이 얼마나 섬세하고 여린가 하는 점에 대해서 무심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교육학에서는 <야단치기>보다는 <칭찬하기>가 더 효과적이라고 하는 게 정설이지만, 그러나 <달콤한 사탕이 이를 썩게 하고 입에 쓴 약이 몸에 이롭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