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8회 정기 시 토론회(T그룹 통화) 결과 후기
일시 : 2020년 8월 11일(화) 저녁 7시~9시
참석자 : 침묵님, 곽미숙님, 하이디님, 목련님, 서강님, 조르바(6인)
그리고 교수님과 연결됐습니다.
3편의 작품 모두 수작이어서, 참가자 전원을 달뜨게 했습니다.
시3편:
정해영 <아침에 지다>
정정지 <바닥을 드러내다>
전영숙 <배롱나무는 백일홍을 펼쳐놓고>
곽미숙 님이 이날 오전에 읽고 눈물 핑 돌았다는
이진흥 교수님의 시를 소개합니다.
개같이 쓰러져
당신의 바늘이 가슴을 찌른다
나는 개같이 쓰러져
컹, 컹, 컹, 돌아본다
가을 창가
시퍼렇게 쌓이는 달빛
바늘을 쥔 당신 손가락에
십년 동안 숨겨온 염병 같은
나의 눈물이 묻어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히게 눈이 번쩍 뜨이는 시라는 생각.
비루한 개같이 쓰러지는 사나이도 그럴 수 있을 만큼 순결하지만
그의 심장을 바늘 하나로 넉 다운시키는 ‘당신’의 솜씨 또한 놀랍습니다.
그걸 간파할 수 있는 사나이는 이미 온통 쏟아낼 눈물이 준비되어 있는 존재 같습니다.
‘당신’의 미세한 바늘까지도 감지할 수 있는 더듬이를 가지고 있네요.
그러니.... 그것이 달빛이거나 양심에서 울리는 음성이거나 간에
그만 철퍼덕 쓰러져
컹 컹 컹, 짐승 본연의 외침(개의 비명)을 토해내는 것이겠지요.
뜨거운 눈물 속에 묻어 있는 사나이의 십년 넘은 세월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슬픔, 회한, 고통스럽고 무거운 기억, 그런 것과의 갈등 혹은 투쟁일 수 있겠습니다.
자기성찰의 계절이라는 가을에
창으로 쏟아지는 달빛은 시퍼런데
저 창을 열고 내면 깊숙이 도사린 울음을 풀어내는 화자.
그 울음의 고해성사는
선생님께서 늘 강조해 오신 인간 본연의 울음, 존재의 고독과 슬픔에 맞닿아 있음을
깊이 느끼게 됩니다.
****** 전화는 모두 13분께 연결을 시도했는데
토론에는 7분이 참여하셨습니다.
긴 장마에 조금은 지쳐서 방황하시나 봅니다.
다음 번 모임 때는 더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세 분 시인의 작품에 대한 감상과 토론은
올려주신 시 아래에 답글로 붙이겠습니다.
곽미숙 님께서 옻골로 이사를 하신 후
물빛 동인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최씨 가(家)의 집성촌이자
곽 시인의 시에도 일전에 등장한 적이 있는
마을을 지키는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주변 숲,
시인의 집 살림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장독들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다시 뵐 때까지 동인님들 모두 건안하시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토론회는 8월 25일(화)에 있겠습니다.
그 사이에는 톡에서 만나 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