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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867회 물빛 정기모임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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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은 즐겁다 / 이근화


보이지가 않아서
밥을 먹지 않아서
슬픔과 분노를 풍선처럼 터뜨려서
인간의 공포를 비웃어서
가볍고 고요해서
신발을 신지 않아서
덥거나 춥지 않아서
파편으로
절단되어
움직이므로 이동하기 때문에
먼지와 함께 떠오르고
돌과 함께 가라앉아
여러 나라 말을 동시에 한다
미지의 언어로 울 수가 있다
장롱 속에 우물 속에 골목길에 벽 뒤에
매일 녹는 기분으로
자극적이고 촉촉하므로 격렬하므로
돌연 굳어져서
무엇이나 알 수 있고
아무것도 몰라도 된다
창백하다
사랑하지 않으므로 열렬하므로
아침 점심 저녁이 없고
순간과 연속이 하나이므로
귀신들은 즐겁다
*
9월 입니다 인디언들의 달력에는 9월을 ‘풀이 마르는 달’ ‘열매들이 끝나는 달’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달’ 등으로 불렀다 합니다 자연이 보여주는 모습을 달의 이름으로 부른 인디언들의 마음과 눈으로 9월을 바라 봅니다 어느새 풀빛도 산빛도 조금씩 바래지고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여름과 태풍을 스윽 걷어 낸 하늘은 한동안 푸르게 깊어 갈 것 같습니다 아름답지만 서늘한 그림자를 거느린 9월을 어떻게 하면 가장 더디게 살 수 있을까 고민 합니다 고민하다 벌써 8일을 흘러 보냅니다 아름다움에 몸을 잇대고 서늘한 그림자에 마음을 잇대어 살면 9월이 더디 갈까요 열 두달 중 가장 아름다운 그래서 가장 허무한 9월은 시인의 달입니다 시로 9월 한달을 몽땅 채워도 좋겠습니다 9월의 얼굴이 되었을 물빛님들 내일 저녁 7 인더가든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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