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저도 읽고 밑줄을 그은 데가 얼마나 많은지요.
참 유려한 문장이라고 생각하고 감명깊게 읽었어요.
옮겨와 인용을 해주셨군요.
늘 편안한 나날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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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사람
김언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을 알고 있다
죽지 않을 만큼 땅이 파이고 피가 고이고
땅바닥은 뚜렷이 그의 얼굴을 알아본다
죽지 않을 만큼 사람들은 놀라고
괴로워하고 실컷 잊을 테지만,
지상에서 지하로 그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 그를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가 떨어진 자리로부터 땅바닥을 치고
달아난 소문이 끝날 즈음 어디선가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그보다 더
무거운 나이가 되었을 때, 그는 떨어졌다
때가 되면 쏟아지는 비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한가 싶은 땅바닥엔 그가 남기고 간
얼룩과 행인들의 발냄새 간간이 보도블록을 비집고
솟은 엷은 풀냄새에 섞여 그의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다
올려다보면 무심히 발 씻는 소리 내려와 쌓인다
그는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