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를 정리하다가 낡고 빛 바랜 시집 4권을 건졌다.
'별 빛 헤치고 낙타는 걸어서 어디로 가나(이진흥)'
여백, 채울 수 없는...(물빛 동인회)
누런 갱지처럼 모양새 볼품없이 변해버린 그 책들을 바라보며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슬픈 글조각 때문에 마음 무거워 했었던 기억.
얇다란 그 속에서 내가 알 지 못하는 사람들의 인생을 느꼈고
그들의 말이 가슴을 두들겨 댔었지.
만나서 눈 바라보고, 손 만져보고, 여기저기 거닐지도 못했지만
'대구 큰언니'(이진영)가 그 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따뜻한 감동인
그 책을
다시 만난 것이다.
흐르는 시간을 건너와
맑은 소녀의 되바라진 꿈 사라진지 오랜 세월.
아줌마 몸 입어 투박한 채
가물가물 옛 모습 떠올리며
이제
큰언니를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