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님, 정말 멋진 날들이시군요.
묵묵히
묵묵히 걷고 계실 애님,
단풍든 모든 잎들이 애님을 향해 손흔들어 줄 것입니다.
많이 부럽고
또 어느 날에는 함께 끝없이 걷고 싶기도 합니다.
10년의 꿈을 이루시고 계심에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며
많이 외롭고 많이 자유로운 길, 잘 다녀오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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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때문에
이성부
초가을 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몸이 젖어서 안으로 불붙는 외로움을 만드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후두두둑 나무기둥 스쳐 빗물 쏟아지거나
고인 물웅덩이에 안개 깔린 하늘 비치거나
풀이파리들 더 꼿꼿하게 자라나거나
달아나기를 잊은 다람쥐 한 마리
나를 빼꼼이 쳐다보거나
하는 일들이 모두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이런 외로움이야말로 자유라는 것을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감기에 걸릴 뻔한 자유가
그 좋은 사람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