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님도 혹시 당나귀가 아닐런지요? ^^<br><br>******<br> ‘나는 내가 믿는 것을 말한다. 나는 나이 많은 여자다. 믿지도 않는 것을 말할 시간이 내게는 더 이상 없다.’<br> 내가 무척 좋아한 그녀, 엘리자베스 코스텔로의 말이다. <br> 라고 이 소설은 시작합니다.<br> <br> 배수아씨의 작품들은 최근 굉장히 관념적이기도 하고, 그것이 매력이기도 합니다.<br> 오늘 그녀의 소설을 읽다가 줄을 친 부분 중에서 나누고 싶은 대목이 있어서 올립니다.<br>제겐 마치 작가의 고백처럼 들리더군요. ^^<br><br> 작가는 스스로 믿는 것, 알거나 확신하는 것, 정신적인 영역에서 자기가 신념을 가지고 말하거나 써야 하며, 혹 역으로 말해서 자신이 쓰는 것이 자기 신념의 영역 안에 머물러야 하는, 절대적으로 견고한 세계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고에 대해서이다.<br> -중략<br> 그러나 마치 지성과 감수성의 고유한 특권처럼 되어버린 깊은 회의의 수렁을 우리는 어떻게 벗어나거나 극복할 수 있단 말인가.<br><br>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달려가고 있지. 그런데 누군가 길을 막고 ‘도대체 당신은 누구지?’하고 묻는다면 ‘나는 눈멀고 귀먹은 어리석은 당나귀요, 나는 내가 이룬 것이 아니요, 나는 내가 가진 것도 아니며 단지 내가 추구하는 것이지요.’ 하고 대답하겠지. 그가 쫓는 것은 아마도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으며 어쩌면 영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아름다움이고 그가 최대한 성취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껏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추함’ 정도겠지. 그리고 그는 항상 길 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고 땀 냄새나 풍기다가 그러다가 죽게 되겠지. 그의 이름은 평생 동안 오직 정체불명의 ‘추구’ 그것으로만 불리게 되다가 죽은 다음에는 간단하게 잊혀질 거야. 그런데 나는 그 두 번째 길로 가고 싶었어.<br>-배수아,『당나귀들』중에서-<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