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화요일 카톡에서의 시 토론 내용입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사견을 붙인 것까지 한꺼번에 올려 봅니다.
동인회의 시 토론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혹시라도 증거자료 겸) 보여드리기 위함입니다.
*********
물빛님들, 평안하신지요?
오늘 둘째 화욜, 정기 시 토론회 날인데요...
대면하지는 못하지만
시를 올려 봅니다.
동인님들의 따끔한 질책을 기다립니다.
편지
바닷가 느린 우체통 앞에 서 있습니다
일 년 후 배달된다는 안내문
그 약속 변치 말라고
몸으로 막아섭니다
주소지 없는 편지를 천천히 먹습니다
파도가 부려놓은 물거품들
모래톱 쓸며 흩어지는데
저녁 무렵
눈 먼 별 하나 떠오릅니다
==== 회장님! 파도 소리 들리는 시 한편 쓰셨어요 평소 회장님 시에 비해 짧은 시인데 담담하고 담백한 느낌이 좋습니다 짧아서 그런지 조금 평면적인 느낌도 듭니다~~^^
==== 예^^. 올해 3월부터 제 상태가 이랬습니다. ㅜㅜ
바닷가 안 가고 썼어요. 못 부친 편지가 있어 끙끙대다가
파도에 실려 뭍으로 떠밀려 나온 "병 속의 편지"가 생각나서 만들어 본 것.
힘이 너무 빠졌나요??
==== 네 편안하게 읽히는 반면 긴장감이 덜해요~~^^
==== 남금희 회장님의 작품 [편지] 잘 읽었습니다. 그렇군요. 오늘이 시토론 모임하는 날인데 고로나19 때문에 만날 수 없으니 토론할 수 없네요. 대표로 회장님 작품 한 편에 대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편지는 옆 사람과 얘기하는 입말과 달리 멀리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글말이지요. 글을 통해서 하는 말은 그 자체로 문학(문자로 기록된 것)입니다. 문학은 예술이고 예술은 감동을 목표로 하는 것이니까, 그런 뜻에서 편지는 어딘가 감동과 닿아 있습니다. 그런데 편지를 보내고 받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기다림이 필요하지요. 기다림에는 설렘이 동반되고 반가움이란 보상(?)이 따르고... 그러한 편지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이 시를 읽어봅니다.
시인은 지금 바닷가 느린 우체통 앞에 서 있습니다. 바닷가라는 공간이 비일상의 열린 장소이고, 거기에 있는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일 년 후에나 배달된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빠른 속도의 시대를 역행하는 느린 배달(소통)이라니... 편지의 내용보다도 배달(전달:소통) 그 자체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 주는 우체통이므로 그 우체통 자체가 문학적 대상이 될 만하네요. 그렇지요, 지금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 일 년 후에나 배달된다는 약속이 아주 시적(詩的)입니다. 그러니까 그 앞에 선 시인에게 편지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아주 느리게 일 년 후에 전해질 몇 마디 문장은 내용에 관계없이 감동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주소지 없는 엽서”도 문제가 되지 않지요.
그리고 “파도가 부려놓은 물거품들/ 모래톱 쓸며 흩어지는” 현상은 헤아릴 수 없이 되풀이되는, 그래서 시간을 넘어서는 바닷가의 풍경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밝은 낮이 가고 “저녁 무렵/ 눈 먼 별 하나 떠”오르는 장면은 바로 시간 바깥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입니다. 눈이 먼 별이기 때문에 무엇인가 대상을 명료하게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느린 우체통> <주소지 없는 엽서> <흩어지는 물거품> <떠오르는 눈 먼 별> 등의 심상을 통해서 시간과 소통 그리고 의식의 바깥과 안쪽 같은 매우 본질적인 문제들을 짚어보게 해 줍니다.
좋은 작품이지만 사족을 붙인다면, 2련의 “몸으로 막아섭니다”와 3련의 “엽서를 천천히 먹습니다”라는 구절의 의미가 다가오지 않습니다. 만일 내가 쓴다면 그것들에 대한 고민을 해 보겠습니다...^^*
==== 우리반 아이가 부모님과 여행갔다가 느린 우체통에 넣은 편지를 일년 뒤에 학년이 바뀌고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그때 그 진한 감동이 다시 떠오릅니다^^
선생님~ 귀한 글 잘 읽고 읽습니다
회장님~ 귀한 작품, 우리들의 공부거리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강님의 시평도 감사합니다
물빛님들 모두 편안하신 밤 보내세요~
==== 가창댐 쪽으로 헐티재를 올라가면, 폰이 불통됩니다.
비 맞아 시퍼런 나무들 속에 갇혀 있다가 밤늦게 내려왔습니다.
부족한 시를 교수님께서 장문의 글로 의미화해 주시고
설명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쓰는 자는 던지고
읽는 자는 고민하게 하는 것이
문학작품인 것 같습니다.
뭘 모르고 쓰긴 썼는데
해독하시는 교수님의 고통을 읽자니
낮 뜨거워집니다.
토론시간에 말로 듣기보다, 교수님의 안목을 글로 뵈오니
몸 둘 바를 몰라
시를 도로 집어넣고 싶어집니다.
고맙고 황송합니다, 교수님.
저의 오래된 버릇인
설명하는 표현들
개선하도록
더욱 고민하겠습니다.
거듭 감사합니다.
주무실 텐데 카톡을 울려
죄송합니다.🙏🙏
==== 교수님!
시를 고쳐보려고
다시 들여다 봅니다.
그 안내문이 햇볕에 탈색될까봐
그늘을 만들어준다는 의미로
"몸으로 막아선다"고 했는데
어떻게 풀까요?
엽서 내용은
말할 수 없으니 삼켜버린다는 뜻으로 "먹는다"고 표현했는데
너무 배탈(?) 날까요??
==== '몸으로 막아섭니다' 를 바다가 배경이니 '수평선 같은 시선을 보냅니다' 로 가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고
'주소지 없는 엽서를 천천히 밀어 넣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가면 어떨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 전영숙 시인 의견에 동감입니다.
==== 교수님과 서강님께서 조언해 주셨으나............
제 습관을 고치기 힘들어 소화가 안 된 채로 가고자 합니다.
달리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수정 후)
편지
바닷가 느린 우체통 앞에 서 있습니다
일 년 후 배달된다는 안내문
그 약속 빛바래지 말라고
몸으로 그늘을 만들어 봅니다
주소지 없는 편지를 천천히 접습니다
파도가 부려놓은 물거품들
모래톱 쓸며 흩어지는데
저녁 무렵
눈 먼 별 하나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