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에서의 시 토론ㅡ 하이디님의 <아깝다> & 서강 님의 <사월의 보폭> > 정겨운속삭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정겨운속삭임

|
20-07-16 13:11

카톡에서의 시 토론ㅡ 하이디님의 <아깝다> & 서강 님의 <사월의 보폭>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전 체 목 록
4월 26일 카톡에서 하이디 님이 공개한 <아깝다> 시와
서강 님의 <사월의 보폭>에 대한
토론입니다.
=============
<아깝다>의 원문은 사진 파일로 올렸기에
홈피에 옮겨지지 않아 제가 타이핑 했습니다.


아깝다

하이디


봄볕이 쏟아진다
담기는 데 없이 흘러내린다
앵초야 지칭개야
그릇을 내어놓아라
병 속의 빗물처럼 받아라

어디에도 쓰이지 않은 것이
그냥 내려 흩어진다
마흔 살 옆집 처녀의 세월 같이

훤칠한 키
보드라운 마음

누구에게도 담긴 적 없어
쓰임 없이 낡아가는 것
마름질 안한 옷감 같이
입을 수 없는 봄볕이
흘러내리고 있다


==== 하이디 님, <아깝다>는 시가 퍽 마음에 듭니다.
다만 1련의 쏟아진다와 흘러내린다는 표현이 동시동작 같아서 시차를 두어 쏟아진 봄볕이 흘러내리는 광경으로 묘사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릇을 내어놓고 병속에 빗물처럼 받으라고 하는데 왜 하필 "병속에 빗물처럼"이어야 하는지
요? "병속에"라는 말을 빼고 1련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면 어떨는지요?

봄볕이, 쏟아지는 봄볕이
담기는 데 없이 흘러내린다
앵초야 지칭개야
그릇을 내어 놓고 아까운 봄볕
빗물처럼 받아라

........^^

============
전영숙 선생의 <사월의 보폭>에 대한 토론

사월의 보폭


전 영 숙


성큼
산이 다가 와 있다
거인의 한 발
저 큰 보폭의 사월

큰 덩치를 흔들며
어깨를 들썩이며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날아오를 듯

와장창 창이 깨진다
벽이 무너진다
내 방에 범람하는 초록

오래토록 헐벗은 침묵이
말라비틀어진 말이
한없이 부드럽고 연해진다
실바람에도 부풀고 춤춘다

뒤집힐 때 더욱 반짝이는 말
솟구칠 때 더욱 깊어지는 침묵
물오른 거인의 몸

흘러 넘치는 산의 수다를
두 눈 가득 듣는다

======= 봄이 와서 초록으로 물드는 산을 거인으로 표현한 것이 신선하네요.
그런데 큰 덩치를 가진 산이 <날아오를 듯/ 날아오를 듯>하는 것이 (나의 감각으로는) 크고 무거운 산에는 조금 무리해 보이는데요...
그리고 마지막의 "산의 수다를"에서 <수다>라는 말이 무거은 거인같은 산에게는 조금 덜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조금 고쳐보았는데 어떨는지요...? 어쨌든 전영숙 선생의 시적 발상은 늘 신선하고 좋으네요.

==== 아래의 시는 서강님이 수정하신 시입니다.
사월의 보폭


전 영 숙

성큼
산이 다가 와 있다
거인의 한 발
저 큰 보폭의 사월

큰 덩치를 흔들며
어깨를 들썩이며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비틀거리며

와장창 창이 깨진다
벽이 무너진다
내 방에 범람하는 초록

오래토록 헐벗은 침묵이
말라비틀어진 말이
한없이 부드럽고 연해진다
실바람에도 부풀고 춤춘다

뒤집힐 때 더욱 반짝이는 말
솟구칠 때 더욱 깊어지는 침묵
물오른 거인의 몸

부푸는 산의 근육과 힘줄에
두 눈과 귀가 무너진다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533 이동파출소/ 조르바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28 510
6532 답변글 이동파출소/ 조르바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30 308
6531 인기글 하이디 이름으로 검색 2020-07-28 2293
6530 답변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30 488
6529 안부 정정지 이름으로 검색 2020-07-28 510
6528 답변글 <안부에 대한 토론>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29 961
6527 담배 한 개비 태우는 동안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7-27 582
6526 답변글 877회 시토론-티그룹 통화로 논의한 내용 인기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29 2128
6525 카톡에서의 시 토론 ㅡ조르바의 <편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16 598
6524 답변글 카톡에서의 시 토론 ㅡ조르바의 <편지> 인기글 이오타 이름으로 검색 2020-07-18 1440
6523 답변글 교수님의 맑고 따뜻한 손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19 600
» 카톡에서의 시 토론ㅡ 하이디님의 <아깝다> & 서강 님의 <사월의 보폭>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16 650
6521 카톡에서의 시 토론ㅡ이규석 선생님의 <귀향>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16 427
6520 답변글 카톡에서의 시 토론ㅡ이규석 선생님의 <귀향> 이규석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7-24 378
6519 카톡에서의 시 토론ㅡ 하이디 님의 <바이올렛 또는 분홍빛 새벽> 인기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16 1192
6518 카톡에서의 시 토론ㅡ이규석 시인님의 <엉겅퀴>에 대해 인기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16 1282
6517 답변글 카톡에서의 시 토론ㅡ이규석 시인님의 <엉겅퀴>에 대해 이규석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7-24 225
6516 능소화 / 나태주 시인 & 이원규 시인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16 241
6515 동백꽃 피는 소리 외 1편-박금아(수필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6-21 655
6514 달빛사-전윤호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6-20 254
6513 877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연기합니다.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6-17 186
6512 우리 시대의 더위(이재무) 인기글 목련 이름으로 검색 2020-06-13 1888
6511 877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 안내 인기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5-25 2073
6510 답변글 877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 안내--연기되었습니다.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6-11 383
6509 소리/ 심보선 인기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5-24 3397
6508 오월 (피천득) 목련 이름으로 검색 2020-05-07 557
6507 답변글 오월 (이용호)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05-08 817
6506 아무도 보이시지 않아서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4-23 613
6505 지난 2~3월 사이의 일을 시로 써 봤습니다.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4-21 408
6504 옛 애인의 집-이원규 시인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4-15 382
6503 답변글 옛 애인의 집-우리집?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05-03 517
6502 답변글 봄봄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5-11 298
6501 답변글 환장할 봄, 핀 꽃이여!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05-14 183
6500 100년 만의 코렉터(corrector)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4-10 357
6499 답변글 100년 만의 코렉터(corrector) 인기글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4-10 1192
6498 구들목 (박남규) 인기글 목련 이름으로 검색 2020-04-04 1028
6497 사막쥐를 보내다(수정)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4-03 607
6496 봄날, 집을 보다/장철문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3-19 422
6495 두 사람/이병률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3-19 315
6494 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 (신동호) 인기글 목련 이름으로 검색 2020-03-02 1334
6493 진지한 낯선 이야기 인기글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2-19 1170
6492 답변글 진지한 낯선 이야기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2-22 419
6491 너의 눈 속에 나는 있다ㅡ허수경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2-05 392
6490 반칠환 시인의 <한평생>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2-02 857
6489 876회 정기 모임 후기 인기글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1-29 3413
6488 답변글 876회 후기를 읽고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01-30 787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