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으로 대화한 시 토론 내용입니다.
5월 26일
혹시 자료로 쓰일지 몰라서 홈피에 올려봅니다.
엉겅퀴
이규석
해 뜨자 또 야단이다
마당에 섰다고 벼락치고
뒤꼍에 숨은들 속 편한 것 아니다
주제에, 꽃밭에 까지 뛰어 들었다고 나무란다
돌작밭인들 맘 편하랴
어디다 보랏빛 꽃을 피워야 하나
걸어서 못 가면
날아서라도 멀리멀리 도망칠 테다
깨진 시멘트 바닥 틈새에서라도 뿌리내려야 하니까
비바람 거친데
볕바라기가 잘못인가,
나비를 부른 게 죄인가
어찌 보드랍게만 살랴
공연히 까슬해진 게 아니다
무서워 당신 무서워
엉켜서 산다
시리도록 외로워 까만 창검도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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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읽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감정을 절제한 진술이 좋습니다.
* 행간의 거리가 너무 가깝습니다. (가까우면 읽기는 편하지만 편한 만큼 텐션이 줄어들지요.)
예컨대 다음과 같이 비슷비슷한 진술이 그렇습니다.
1행~야단이다, 2행~벼락치고, 4행~나무란다 ... 비슷한 서술입니다.
3행~ 속 편한 것 아니다/ 5행~ 맘 편하랴/ 6행~ 피워야 하나/ 8행~ 도망칠 테다
11행 ~ 잘못인가/ 12행~ 죄인가 .... 화자의 속말이 비슷비슷합니다.
* 화자의 항변(변명)도 ~하니까 ~하다의 유형으로 비슷합니다. 예를들면 :
7,8,9행 : ~ 걸어서 못가면 날아서라도 <도망치겠다 왜냐하면> 바닥 틈새에서라도 뿌리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10~11행 : 비바람 <거칠기 때문에> 볕바라기 한다.
15~6행 : 당신이 <무섭기 때문에> 엉켜서 산다.
다음과 같이 퇴고해 보았습니다만, 참고가 되실는지요?
해 뜨자 또 야단이다
마당에 서면 마당이라고
꽃밭에 들면 꽃밭이라고 벼락이다
뒤꼍에 숨어도 돌작밭에 나서도
속 편한 것 아니다
어디서 보랏빛 꽃 피워야 하나
걸어서 못 가면 날아서라도
시멘트 바닥 틈새라도 찾아가겠다
비바람 거칠면 볕바라기하고
햇살 비치면 나비 부르는 게 잘못인가
공연히 까슬해진 게 아니다
당신 무서워 엉켜 서서
몸 지키려 창검도 들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