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사
전윤호
장마가 헹군 밤이
터무니없이 맑아서
월곡리로 갑니다
별이 떨어진 골짜기
당신 먼저 와계신가요
달빛은 새끼손톱에 박히고
구불구불한 길 하늘로 뻗었는데
이렇게 환한 세상
우리는 여전히 떠돕니다
이곳엔 옥이 묻혀 있다지요
바위에 스민 달이 옥이 되듯
내게 자라는 설움도 광맥이 될까요
당신은 천년 뒤에나 찾아와
내 마음을 채굴할까요
아직 남은 불빛이 깜박이는 시간
돌 위에 돌을 얹습니다
ㅡ《시와 시학》 20년 여름호에서
전윤호 시인 : 『현대문학』(91년 ) 등단. 시집 『정선』 외.
장마가 시작되긴 했는데, 무척 느립니다.
하염없는 비를 기다리는 마음과 폭염의 성난 햇살을 맞고 싶은 마음이 뒤섞입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는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요?
돌 위에 돌을 얹는 시인의 마음처럼
앞서간 사람들의 굽이치던 마음들이 역사라는 이름으로 포개져 있습니다.
물끄러미 세월을 들여다봅니다.
'육십 평생'이라는 말은 옛말이구요.
백년 인생이라는 말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펼쳐야 할지요?
당신의 달빛은 어떠하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