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더위는 갈 곳이 없다
백화점에서 쫓겨난 더위가,
식당가 커피숍 사우나 지하상가에서 문전 박대당한 더위가,
은행가 의사당 법원 도청 시청 군청 동사무소 관공서에서 내몰린 더위가,
교회와 성당과 절에서 부정당한 더위가,
버스 전동차 기차 승용차에서 거절당한 더위가,
극장 도서관에서 거부당한 더위가,
학교 학원 회사에서 퇴학 퇴원 퇴출당한 더위가,
꽃집 빵집 어린이집 예식장에서 내쫓긴 더위가
유기견 혹은 좀비가 되어
악에 받친 채 거리로,
골목으로 공원으로 역전 대합실로 광장으로 고시원으로 벌방으로
떼 지어 다니고 있다
언젠가 더위가 미쳐 날뛰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