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죽음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그때처럼 ㅡ 허수경 > 정겨운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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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죽음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그때처럼 ㅡ 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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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고 싶은 저 비단옷은 어느 록 가수가 입었던 가죽옷과 비슷해
감옥과 감옥 사이를 돌며 북과 기타를 울리며
노래하던 록 가수는 아마도 내 고향 비단 시장에 오면
비슷한 공연을 하면서 울지도 몰라

비단이 얼마나 많은 폭력 속에서 지어낸 피륙인지
누에는 알고 있을 거야
이제는 자연에서 혼자 사는 법을 완전히 잊어버린 저 누에들은
어떻게 저 폭력을 참아내었을까
그래서 비단은 저렇게 곱게 차곡차곡 지층처럼 시장 한가운데
누워 있는 걸까

난 한때 시인들이 록 가수였으면 했어
어쩔 수 없잖아, 시인이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월스트리트, 증권 판매상이 그 일을 하니?

어미를 죽인 자
아이를 죽인 자
현금을 강탈한 자
강간한 자
외국인을 살해한 자
이 모든 것이 당신 탓이라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십자가를 긋던
수많은 성도들을 위해

저 많은 협곡을 돌아
저 많은 태풍을 뚫고 집에 돌아와
겨우 잠이 든 시인이
이 세계가 멸망의 긴 길을 나설 때
마지막 연설을 인류에게 했으면 했어

인류?
사랑해
울지 마!, 라고

따뜻한 이마를 가진 계절을 한 번도 겪은 적 없었던 별처럼
나는 아직도 안개처럼 따뜻하지만 속은 차디찬 발을 하고 있는 당
신에게 그냥 말해보는 거야.

적혈구가 백혈구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삶이 죽음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그때처럼

차곡차곡 접힌 고운 것들 사이로
폭력이 그들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것처럼
폭력이 짧게 시선을 우리에게 주면서
고백의 단어들을 피륙 사이에 구겨 넣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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