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달린다>
소싸움 대회 준비로 분주한 충남 예산 경찰서에 근무하는 형사 조필성 (김윤석)은 박봉의 월급을 받으며 아내(견미리)에게 구박당하며 사는 가장이다. 그런 그가 딸에게 학교 일일교사로 가겠다고 약속한다. 그날이 되면 아주 폼 나게 등장해서 딸의 기를 살려주겠노라 약속을 한다.
소싸움 대회 준비를 하면서 그는 소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되고 아내의 쌈짓돈을 훔쳐 한판 도박을 벌린다. 운 좋게 그가 찍은 소가 우승하게 되고 여섯 배의 배당금을 받게 되는데....... 그 기쁨도 잠시 탈주범 송기태(정경호)에게 그 돈을 도둑맞게 된다. 송기태를 잡으려고 하지만 오히려 그에게 당하고 만 조필성은 무능한 형사로 찍혀 정직하게 된다. 그렇기에 조필성은 더 악을 쓰고 송기태를 잡아야 했다. 현상금도 타고 자신의 돈도 찾아 명예 회복을 해야 했다.
쫓고 쫓기는 치열한 두뇌싸움이 계속되는 이 영화는 재미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어설프다. 특히 탈주범 송기태 역을 맡은 정경호와 그를 도와주는 다방 레지 역의 선우선 커플이 너무 어색했다. 내가 그렇게 보았다면 그들의 연기력이 자연스럽지는 못했다는 것 아닐까? 명배우 김윤석이 있었기에 이 영화가 살아났다고 보아진다. 결말을 이야기 하자면 물론 해피 앤딩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거북이 달린다’ 라는 영화의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느린 거북이로 대변되는 형사 조필성, 그러나 그런 거북이보다 더 느린 것은 영화 속 충남 예산의 형사다. 그보다 더 느린 것은 중앙 특별 전담팀 형사들이다. 탁상공론과 늑장수사로 욕을 먹는 경찰들을 비판하는 영화 같기도 하다. ‘토끼와 거북이’처럼 조필성은 머리와 몸이 송기태 보다는 늦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송기태를 이길 수 있었으리라.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은 다 다르다.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곧바로 도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그 궤도를 이탈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궤도를 벗어났다고 해서 포기한다면 그는 영원히 결승점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늦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린다면 일등이 아니더라도 결승점을 밟아 볼 수는 있다.
이 영화는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했다. 그것은 아마 나 혼자만이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다. 많은 면에서 정상적인 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도중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기기도 했고, 나 스스로가 자신이 없어 머뭇거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난 지금 여기까지 왔다. 정상적인 과정을 잘 밟고 성공한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별것 아닌 존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처한 환경에서 여기까지 온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거북이처럼 느린 걸음이었지만 포기를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가야할 길에서도 나는 남보다 많이 느릴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지는 말아야 한다고 나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나에겐 그런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