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ㅡ 이병률
1
세상의 모든 식당의 젓가락은
한 식당에 모여서도
원래의 짝을 잃고 쓰여지는 법이어서
저 식탁에 뭉쳐 있다가
이 식탁에서 흩어지기도 한다
오랜시간 지나 닳고 닳아
누구의 짝인지도 잃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다가도
무심코 누군가 통에서 두 개를 집어 드는 순간
서로 힘줄이 맞닿으면서 안다
아, 우리가 그 반이로구나
2
그러니 두 사람이 배를 탄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미어지게 그림이 되는 것
두 사람인 것은, 둘 외에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두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두 사람이 오래 물가에 앉아 있다가 배를 탄다는 것은
멀리 떠나는 것에 대해 두 사람이 이야기해왔던 것은, 그리하여 두 사람이 포개져서 한 장의 냄새를 맡는 것은
두 사람이 있었기에 당신이 이 세상에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지성사,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