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 박소유
사막에 들어서면 제 몸이 그늘이 된다
그늘을 끌고다니느라 개도 비쩍 말랐다
어미 그늘에는 새끼가 붙어있다
한 몸이 되어 있다
며칠이나 굶었는지 어미 젖꼭지는 말라 비틀어져 있는데
새끼는 젖을 물고 놓지 않는다
어미 개가 귀찮은 듯, 몇 번 자리를 옮겨보지만
그늘만 잠시 떨어졌다 붙었을 뿐
떨어질 수 없는 본체가 거기 있다고
새끼는 막무가내다
저 그늘에서 떨어지는 순간부터 발바닥이 뜨겁도록
혼자 가야 한다는 걸 벌써 알고 있는 듯 했다
*
'청포도가 익어가는' 칠월도 폭염 속으로 사라지고 8월도 벌써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는 날들입니다 잠자리 귀뚜라미 같은
곤충들이 이상 폭염에 일찍 부화했다고는 하지만 더위가 조금 누그러진
요 며칠 늦은 밤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는 다가오는 계절을 예감하게 합니다
세상에 지속되는 것은 없지요 모든 것은 다 지나 간다라는 말에 기대어
이 폭염을 견디기도 했는데 돌아보면 그리 못 견딜 여름도 아니었구나 싶습니다 먼 훗날 그리워질 듯도 합니다 밋밋하게 지나간 것은 그리움조차 가지지 못하는데 고통과 괴로운 시절은 때로 그리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당분간 폭염이 지속 될 거라 하지만 지구는 돌고 있으므로 곧 태양에서 멀어져 서늘한 날들이 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더위를 잘 다스리며 시간을 보내야 겠습니다
바깥의 열기에 가슴의 열까지 더해 낳았을 뜨거운 시를
내일 시원한 인더가든에서 저녁 7시에 토론하겠습니다
물빛님들!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