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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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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신한림별곡(新翰林別曲)
김영란


전갱이 잔뼈 같은 어젯밤 하얀 꿈도
북제주 수평선도 가로눕다 잠기는
은갈치 말간 비린내 눈이 부신 이 아침

바람소리 첫음절이 귤빛으로 물이 들고
닻들도 기도하듯 조용히 기대 누운
기우뚱 포구에 내린 오십견의 저 바다

우리가 불빛들을 희망이라 말할 때
행성처럼 떠도는 비양도 어깨 위에
등 뒤로 가만히 가서 손 한 번 얹고 싶다


2011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쉿! 
고은희


아득한 하늘을
날아온 새 한 마리
감나무 놀랠까봐 사뿐하게 내려앉자
노을이 하루의 끝을 말아 쥐고 번져간다
욕망이 부풀수록 생은 더욱 무거워져
한 알 홍시 붉디붉게 울음을 터트릴 듯
한 쪽 눈 질끈 감고서 가지 끝에 떨리고
쉬잇! 쉬 잠 못 드는 바람을 잠재우려
오래 전 친구처럼 깃털 펼쳐 허공 감싼다
무너져 내리고 싶은
맨발이 울컥,
따뜻하다




2011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버선 한 척, 문지방에 닿다
백점례


참 고단한 항해였다
거친 저 난바다 속
풍랑을 맨손으로 돌리고 쳐내면서
한 생애, 다 삭은 뒤에 가까스로 내게 왔다
그 무슨 불빛 있어
예까지 내달려 왔나
가랑잎 배 버선 한 척 나침반도 동력도 없이
올올이 힘줄을 풀어 비바람을 묶어낸 날
모지라진 이물 쪽에 얼룩덜룩 번진 설움
다잡아 꿰맨 구멍은 지난 날 내 죄였다
자꾸만 비워낸 속이 껍질만 남아 있다
꽃무늬 번 솔기 하나 머뭇대다 접어놓고
주름살 잔물결이 문지방에 잦아든다
어머니, 바람 든 뼈를
꿈꾸듯이 말고 있다


2011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독도
김덕남


한 방울 핏물 튕겨 뿌리박은 그대 모습
격랑激浪을 가로 막고 응시하는 눈빛이여
붉은 해 홰치는 자리
팔을 걷고 섰는가

열원熱願은 바위 녹여 바닷물도 식혀내고
동백꽃 봄불 태워 소지燒紙하는 기도 앞에
내 조국 아리는 사랑
그 소리를 듣는다



2011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추사 유배지를 가다
성국희


유년으로 가는 길은 안으로만 열려있다
지나온 시간만큼 덧칠당한 흙먼지 길,
낮아진 돌담 사이로 먹물 자국 보인다
푸르게 날 선 침묵, 떨려오는 숨결이여
긴 밤을 파고드는 뼈가 시린 그리움은
한 떨기 묵란墨蘭에 스며 향기로 깊어졌나
허기진 어제의 꿈 은밀하게 달래가며
장 풀어 발 들이는 적막의 뒤란에는
낮달에 비친 발자국, 추사체로 다가선다


2011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의자의 얼굴
고은희


땡볕이 그늘을 끌고 모퉁이 돌아간 곳
누군가 내다버린 꽃무늬 애기 의자에
가난을 두르고 앉아
졸고 있는 할아버지

무거운 세월 이고 허리 펴는 외로움이
털어도 끈끈이처럼 온 몸에 달라붙어
허기진 세상은 온통
말줄임표로 갇혀 있다

살다 떠난 얼룩만이 가슴깊이 내려앉은
폐기물 딱지조차 못 붙이는 그 몸피여!
사는 건 먼지 수북한
그리움 또
견디는 것

오늘도 먼 길 돌아 헤살 떠는 한줄기 바람
먼저 간 할머니 손길 덤으로 묻어온 듯
그 옆에 폐타이어도
슬그머니 이웃이 된다


201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그, 자리
김진수


우리 그날 마주보며 깊도록 껴안을 때
정겨운 너의 손이 깍지 끼던 그 자리
내 손은 닿지를 않아 그만큼이 늘 가렵다

찌르르, 앙가슴에 불현듯 전해오는
무자맥질 심장소리에 사과 빛 물든 등 뒤
네 손길 지나간 자리 바람이 와 기웃댄다
 
그 여름 지나느라 소낙비 지쳐 울고
푸르던 내 생각도 발그레 단풍졌다
아직도 남은 온기가 강추위를 견딘다


2011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커피포트
김종영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비등점의 포말들
음이탈 모르는 척 파열음 쏟아낸다
적막을 들었다 놓았다
하오가 일렁인다
선잠을 걷어내어 베란다에 내다건다
구절초 활짝 핀 손때 묻은 찻잔곁에
식었던 무딘 내 서정
여치처럼 머리 든다
설핏한 햇살마저 다시 올려 끓이면
단풍물 젖고 있는 시린 이마 위에도
따가운 볕살이 내려
끓는점에 이를까

2011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제비집
임태진


푸른 오월 하늘에 제비 한 쌍 날아와서
한 올 한 올 물어온 흙더미와 지푸라기
이 세상 가장 튼튼한 집 한 채를 지었다

사글세로 떠돈 세월 돌아보니 아득한데
앞만 보고 달려 온 날들의 보상인 듯
한 생애 빛나는 훈장 처마에 걸리었다

집이래야 단칸방 남루한 살림살이
굳이 인가에 와 터를 잡는 이유는
질기디 질긴 인연을 내려놓지 못함이다

결국 산다는 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강남으로 돌아갈 날 죽지로 헤아리며
해마다 삶의 이력에 둥지를 틀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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