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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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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04 14:00

2010년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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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문예 시 당선작


<동아일보신춘문예 시>
붉은 호수에 흰 병 하나 
유병록

딱, 뚜껑을 따듯
오리의 목을 자르자 붉은 고무 대야에 더 붉은 피가 고인다

목이 잘린 줄도 모르고 두 발이 물갈퀴를 젓는다
습관의 힘으로 버티는 고통
곧 바닥날 안간힘
오리는 고무 대야의 벽을 타고 돈다

피를 밀어내는 저 피의 힘으로 한때 오리는 구름보다 높이 날았다
죽은 바람의 뼈를 고향으로 운구하거나
노을을 끌고 툰드라 지대를 횡단하기도 하였다

그런 날로 돌아가자고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더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피

날고 헤엄치고 걷게 하던 힘이 쏟아진다
숨과 울음이 오가던 구멍에서 비명처럼 쏟아진다

아니, 벌써 따뜻한 호수에 도착했나
발아래가 방금 전까지 제 안쪽을 흘러 다니던 뜨거운 기운인 줄 모르고
두 발은 계속 물갈퀴를 젓는데
조금씩 느려지는데

오래 쓴 연필처럼 뭉뚝한 부리가 붉은 호수에 떠 있는 흰 병을 바라본다
한때는 제 몸통이었던 물체를
붉은 잉크처럼 쏟아지는 내용물을 바라본다

길고 길었던 여정이 이처럼 간단히 요약된다니!

목 아래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는데
발 담갔던 호수들을 차례로 떠올리는 오리는
목이 마르다
흰 병은 바닥난 듯 잠잠하지만
기울이면 그래도 몇 모금의 붉은 잉크가 더 쏟아질 것이다


<동아일보신춘문예 시조>
새, 혹은 목련 
박해성

앙가슴 하얀 새가 허공 한 끝 끌고 가다
문득 멈춘 자리
매듭 스릇 풀린 고요
콕 콕 콕
잔가지마다 제 입김 불어넣는

그 눈빛 낯이 익어 한참 바라봤지만
난시가 깊어졌나,
이름도 잘 모르겠다
시간의
녹슨 파편이 낮달로 걸린 오후

은밀하게 징거맸던 앞섶 이냥 풀어놓고
곱하고 나누다가
소수점만 남은 봄 날
화르르!
깃 터는 목련, 빈손이 사뿐하다


[201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검은 구두 / 김성태


그에게는 계급이 없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좁은 동굴이며
구름의 속도로 먼 길을 걸어온 수행자입니다
궤도를 이탈한 적 없는 그가 걷는 길은
가파른 계단이거나 어긋난 교차로입니다
지하철에서부터 먼 풍경을 지나
검은 양복 즐비한 장례식장까지
그는 나를 짐승처럼 끌고 왔습니다
오늘 나는 기울기가 삐딱한 그를 데리고
수선가게에 갔다가 그의 습성을 알았습니다
그는 상처의 흔적을 숨기기 좋아하고
내가 그의 몸을 닳게 해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와 정면으로 마주한 적은 없지만
가끔 그는 코를 치켜들기 좋아합니다
하마의 입으로 습기 찬 발을 물고 있던 그가
문상을 하러 와서야 나를 풀어줍니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그를 만져보니
새의 날개 안쪽처럼 바닥이 움푹 파였습니다
두 발의 무게만큼 포물선이 깊어졌습니다
그의 입에 잎사귀를 담을 만큼
소주 넉 잔에 몸이 가벼워진 시간
대열에서 이탈한 코끼리처럼
이곳까지 몰려온 그들이 서로 코를 어루만지며
막역 없이 어깨를 부둥켜안고 있습니다
취한 그들이 영정사진처럼 계급이 없어 보입니다
그가 그에게 정중한 인사도 없이
주인이 바뀐 지도 모르고
구불구불 길을 내며 집으로 갑니다


[201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지리산의 밤
최수진


지리산에 밤이 왔어요
엄마가 빨래 걷는 것을 깜빡 잊었어요

다람쥐 오소리 곰 멧돼지 산토끼 아기들이
엄마 몰래 마을에 내려와
빨랫줄에 걸린 옷을 하나씩 입었어요

토끼는 귀에 아빠 양말을 하나 걸치고
아기곰은 내 팬티를 입었어요
오소리는 누나의 보들보들한 블라우스를 입고
다람쥐는 엄마 모자를 꼬리에 걸치고
아기멧돼지는 할머니 통치마를 입었어요
서로 쳐다보며 하하하하 웃었어요

아기동물들을 혼내지 마세요
빨랫줄에 앉은 아기새는 모른 척
웃고만 있었어요


[조선일보 신춘문예 / 시 당선작] 폴터가이스트 - 성은주


하늘은 별을 출산해 놓고 천, 천, 히 잠드네

둥근 시간을 돌아 나에게 손님이 찾아왔어 동구나무처럼 서 있다가 숨 찾아 우주를 떠돌던 시선은 나를 더듬기 시작하네 씽끗, 웃다 달아나 종이 인형과 가볍게 탭댄스를 추지

그들은 의자며 침대 매트리스를 옮기고 가끔, 열쇠를 집어삼켜 버리지 그럴 때마다 나는 침대 밑에서 울곤 해 스스로 문이 열리거나 노크 소리가 들릴 때 화장실 문은 물큰물큰 삐걱대며 겁을 주기도 해 과대망상은 공중으로 나를 번쩍 들어 올리지 끊임없이 눈앞에서 주변이 사라졌다 나타나고 조였다 풀어져

골치 아픈 그들의 소행에 시달리다 못해 어느 날, 광대를 찾아갔지 광대는 자신이 두꺼운 화장에 사육당하고 있다며 웃어야 할 시간에 울고 있었어

천장을 훑어 오르기 위해 어둠 속에서 그들은 그림자를 흔들고 있어

자연스럽게 때론 엉성하게

그러다 접시가 입을 쩌억 벌렸어

누워있던 골목들 일제히 제 넋을 출렁였지

붙어있던 그들은 홀가분하게 나를 떠났어

온갖 소동 부리고 떠난 자리,


[2010 경향 신춘문예]시부문- 이만섭 ‘직선의 방식’


직선은 천성이 분명하다 바르고 기껍고
직선일수록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이는 곧 정직한 내력을 지녔다 하겠는데
현악기의 줄처럼 그 힘을 팽창시켜 울리는 소리도
직선을 이루는 한 형식이다
나태하거나 느슨한 법 없이
망설이지 않고 배회하지 않으며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단순한 정직이다
밤하늘에 달이 차오를 때
지평선이 반듯하게 선을 긋고 열리는 일이나
별빛이 어둠 속을 뻗쳐와
여과 없이 눈빛과 마주치는 것도
직선의 또 다른 모습이다
가령, 빨랫줄에 바지랑대를 세우는 일은
직선의 힘을 얻어
허공을 가르며 쏘아대는 직사광선을
놓치지 않으려는 뜻이 담겨있다
그로 인하여 빨래는
마음 놓고 햇볕에 말릴 수 있을
것이다
바지랑대는 빨랫줄로 말미암고
빨랫줄은 바지랑대 때문에 더욱 올곧아지는
그 기꺼운 방식


[2010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권지현 '모른다고 하였다'


우루무치행 비행기가 연착되었다
북경공항 로비에서 삼백삼십 명의 여행자들은
여섯 시간째 발이 묶인 채 삼삼오오 몰려다녔다
현지여행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행가방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떠들어대거나 서로 담배를 권했다
담배를 피워올리건 말건
나는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비행기는 언제 올지 오지 않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였다
연착한다는 안내표시등 한 줄 뜨지 않았다
사람들은 연신 줄담배를 피우고
나는 로비를 몇 바퀴나 돌고
하릴없이 아이스크림을 핥다가
마침내는 쪼그리고 앉아 지루하게 졸았다
항의하는 나를 마주한 공항여직원
가슴께에 걸린 얼굴사진이 흐릿하게 지워져 있어
내가 가야할 길마저 희미해 보였다
비행기는 오지 않고
결리는 허리뼈를 아주 잊을 때까지 오지 않고
우루무치행 비행기는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였다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 바람의 산란
배경희


모든 것이 사라져도 바람은 존재한다
수천 년 살아있는 혼들의 화석처럼
떠돌며 우리의 삶 속에 잔뿌리를 내린다
당신은 허공 속의 자궁에서 태어난다
힘들고 지친 자들의 울음을 파먹으며
온몸을 먹구름 속에 수없이 휘어가며
밤새 비 쏟아지고 나무를 두드렸던
바람 새들 불러 모아 한바탕 쓸고 간
마당엔 햇살 물고기 푸륵푸륵 뛰논다


2010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산부인과 41병동에서
김현숙


목숨 걸고 터를 사수하려는 사람들과 강제 철거로 문책당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사이에 불길이 솟았다 강대병원 41병동 입원실에 누운 그녀의 마음도 이미 화염에 휩싸였다 산부인과 의사가 가랑이 사이 좁고 음습하게 숨어있는 그를 찾아내 명명한 것은 D25, 20년 동안 빈방을 먹고 몸집을 키워 집채로 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병실은 침묵의 섬, 형광 수족관 유리벽에 갇힌 여자는 영락없이 부레를 잃고 바닥까지 가라앉은 넙치가 되었다 TV는 밤낮없이 용산 강제철거 참사를 알리고 별보다 많은 눈물과 촛불을 쏟아내고 있었다 강제 철거는 내 깊은 동굴 속에서도 일어났다 마취 4시간 만에 피 주머니에 고인 D25는 몇 날 며칠 창자를 지나 억울하다고 빈터에서 울었다 화염에 휩싸여 죽은 용산참사 가족들이 TV 화면 속에서 실신했다 불을 낸 책임이 넙치라고 했다가 꽁치라고 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이 달랐다. 그녀의 몸이 점차 수족관이 되었다 밤마다 몸을 떠난 부레가 허공을 날고 납작하게 엎딘 시간들을 물고 사라지는 갈치 떼가 보였다 스산한 야광을 구경하는 관객은 네모난 아파트와 깜박이지 않는 붉은 십자가들뿐, 그런데 왜 십자가는 약자들의 빛이 되지 못할까 크레졸 안개가 어지러웠다 가끔 배를 움켜쥐고 흐느적거리는 사람들은 투명한 해파리 촉수에 찔린 손을 높이 쳐들었다 의사는 여성을 잃은 대신 생명을 얻었으니 다행이라고 했다 D25를 죽이고 그녀가 산 수족관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가장도 잃고 터도 뺏긴 그들은 무엇을 얻었을까? 신문이 말했다 그들에겐 죽을지언정 터를 지켜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별보다 많은 눈물과 촛불은 물대포로도 꺼지지 않는다 허공을 얻은 몸은 이미 바다가 되었을 테니.

*D25 : 여성의 자궁 속에서 자라는 근종의 종류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속옷 속의 카잔차키스
이길상


잘 갠 속옷 속에는 영혼의 세숫물이 썩어간다
눈을 씻어내도 거리의 습한 인연들 내 안을 기웃거린다
내 폐허를 메울 사막은 그때 태어난다
반성하듯 내복을 차곡차곡 갤 때 올마다 낙타 한 마리 빠져나간다
밤, 속옷을 갤 때마다
개어지지 않는 내가 보인다
불운 견디게 하는 사막 풍경은 상향등처럼 켜지고
내 안의 나를 알고 있는 생이 뭔가 흘리면서도 아파할 것이다
서른 즈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감히 물을 수 없을 때 부르튼 입술은 길을 알고 있었다
맹인 바구니의 노래가 퇴근하지 못한 마음에 파고들수록
노래 속 세상을 그쯤으로 짚으며 난 힘겹다
감이 잡힐 나이, 노래의 무거움은 몸 밖에서 온다
우산 안에서도 젖는 내일의 삶, 울음 삼킨 시늉할까
그래 달콤한 사막 밤의 모래 폭풍은 고독으로 피어난다
몸 밖의 사하라, 헛것 두르며 새벽 추위마저 껴입는다
내 속 깊은 모퉁이는 안전하게 돌아나간다
안경은 양심의 속때, 나를 잘 아는 신발은 닳은 굽 한 장 더 깐다
사는 일로 얼어붙은 옥탑방, 열쇠 구멍 나를 열지 못했으므로
계단 낮아도 허공의 높이 착실히 밟아갔을 거다
응시할수록 더 귀 먹은 삶의 발목
흩어질 가시나무 속에 내 얼굴 보인다
발목 깊이 쌓이는 생
추운 종아리의 살빛, 많이 본 듯할 때
책과 길마다 죽은 하늘이 펄럭인다
속옷을 갤 때 후회의 올마다 낙타, 낙타들 쉽게 빠져나간다
거죽만 진지한 나의 사막


<2010 문화일보 신춘문예-시당선작>골목의 각질 - 강윤미


골목은 동굴이다
늘 겨울 같았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었다
누군가 한 사람만 익숙해진 것은 아니었다
공용 화장실이 있는 방부터
베란다가 있는 곳까지, 오리온자리의
1등성부터 5등성이 동시에 반짝거렸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표현처럼
구멍가게는 진부했다 속옷을 훔쳐가거나
창문을 엿보는 눈빛 덕분에
골목은 활기를 되찾기도 했다
우리는 한데 모여 취업을 걱정하거나
청춘보다 비싼 방값에 대해 이야기했다
닭다리를 뜯으며 값싼 연애를 혐오했다
청춘이 재산이라고 말하는 주인집 아주머니 말씀
알아들었지만 모르고 싶었다
우리가 나눈 말들은 어디로 가 쌓이는지
궁금해지는 겨울 초입
문을 닫으면 고요보다 더 고요해지는 골목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인기척에 세를 내주다가
얼굴 없는 가족이 되기도 했다
전봇대, 우편함, 방문, 화장실까지
전단지가 골목의 각질로 붙어 있다 붙어 있던
자리에 붙어 있다 어쩌면
골목의 뒤꿈치 같은 이들이
균형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굳어버린 희망의 자국일 것이다


2010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쇠유리새 구름을 요리하다
심명수


잘 못 꾼 꿈이 지워진 거예요 마음이 시끄럽네요 쮸릿, 쮸릿, 칫, 칫 물이 끓고 있나요?

머릿속을 지우개로 박박 지웠더니 보글보글 구름이 생겼어요 요리에 앞서 별표 3개라는 걸 잊지 마세요 너무 많이 문지르면 검게 비구름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해요 그럼 한쪽으로 쓸어버려야 하죠 쓸려나간 구름은 어디선가는 필요로 하거든요 아픈 배 문지르던 엄마의 손길로 잘못 디딘 첫발을 지워봐요 뒷걸음질치며 구름이 송골송골 피어날 테니까요

일단은 지나가는 뜬구름 낚아채 통째로 집어넣어야만 해요 낚아챌 때는 빠른 감각, 두꺼비 혀의 본능이 중요해요 토끼 기린 강아지 오빠 엄마 물고기 할머니 얼굴로 수시로 변하거든요 강아지가 싫으면 절대로 피해야 하니까요 오빠와 엄마를 요리하고 싶으면 적절할 때 낚아서 납득시킬만한 꺼리가 필요해요 잘못하면 당신이 설득 당할 테니까요 할머니에겐 안개구름 한 소반 선물해 봐요 그럼 그 속에 감춰진 추억을 하나하나 따내며 끄덕끄덕 하시겠죠 그리고는 겹겹이 포개진 뭉게구름 동강동강 썰어야 해요 구름의 남쪽, 비늘구름 잡아 당겨 살점만 떠 넣고요 다시 제 위치에 걸어놓아야 해요 요리는 늘어놓고 하면 곤란해요 제 살점을 잃은 구름은 몇 초 지나지 않아 다른 형상으로 변해 떠나가버려요

하악, 그새 악어가 입 딱 벌리고 급 하강하는 줄 알았어요! 간이 철렁했죠 긴 꼬리를 끌며 지나간 뒤에 간을 보니 싱거워요 소금을 좀 더 넣어야겠네요

요리를 하다 보면 알게 되죠 구름을 절대 새총으로 쏘아 잡으면 안 돼요 조리법에 어긋나는 일이죠 빗맞기라도 하면 냄비에 구멍이 나요 조루처럼 빵빵 뚫린 구멍으로 빗줄기가 쏟아질테니까요 조리법에 의하면 그 총탄자국은 밤에만 보인다지요 그것은 인간들이 쏘아댄 빗나간 꿈이에요, 별들의 실체라고도 해요

요리가 다 됐나요? 새털구름이 하늘 가득 웃자라 피었어요 여러 빛깔로 아롱진 꽃구름이 피었어요 배추흰나비가 노루귀 꽃잎에 앉았어요 지나가던 바람 배추흰나비 날개깃에 머무네요

요리는 다 되었나요, 꽃구름?


2010 동양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실을 잣는 어머니
성준


내 어린 아침의 마루에서 실을 잣는 늙은 어머니.
그녀의 낡은 집 처마 빈틈 사이엔 야윈 바람소리가 났고
어머니는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바람 줄기를 물레로 감아올렸다.
부활을 꿈꾸다 죽은 고치.
그녀의 몸에선 그 고치 냄새가 빠질 줄 몰랐다.
뜨겁게 삶아진 고치에선 비린향이 났지만
천천히 물레가 돌때마다 바람 실이 꼬이며
뽑아지는 실 줄기에선 언제나 바람향이 났다.
늦둥이인 나는 동네 아이들의 놀림과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컸다.
어머니는 울고 들어온 어린 나에게
주름살만큼 많은 이야기를 꺼냈지만
그 쓰디쓴 이야기를 소화하기에 나는 아직 어렸고
실 자락처럼 끊어질 듯 이어지는 목소리를
나는 여린 뽕잎처럼 오물거리며 잠들곤 했다.
그런 밤이면 나는 어린 꿈을 품고
하나의 고치가 되어 부활을 꿈꾸며 실을 잣았다.
그날도 그녀는 마루에 앉아 종일 물레를 돌렸고
처마 밑 허공에 걸린 마른 옥수수 따위가
마른 뽕잎 부스러기처럼 떠다니는 바람에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었다.
어머니는 평범한 날에 나를 떠났고
어린 나는 그런 날은 좀 더 특별하게 올 줄 알았다.
어머니는 단단한 나무 관을 고치삼아 깊은 잠에 들었다.
석양 무렵 마당에서 그녀의 옷자락을 태우자
그녀에 일생의 고치가 흐릿한 연기로 피어올랐고
연기는 짙은 밤하늘 천으로 올올이 흩어졌다.
어른이 된 석양의 끝자락에서
나는 차가운 밤의 천을 두르며 그리움의 고치를 잣는다.


2010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 묻었다
이무완


호박꽃 속 뽈뽈뽈 기어들어가
냠냠 맛있게 혼자 밥 먹고도
시침 뚝 떼고 나온

호박벌아!

입가에 밥풀 노랗게 묻었다.
엉덩이에 밥풀 덕지덕지 붙었다.


2010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 오영민
찔레의 방


병원 문을 나서다 하늘 올려다 본다
아기인 듯 품에 안긴 찔레 같은 어머니
기억의 매듭을 풀며 꽃잎 툭툭, 떨어지고

잔가시 오래도록 명치끝 겨누면서
수액 빠진 몸뚱이로 물구나무 서보라며
먼 바다 어느 끝으로 내몰리는 나를 본다

파도 끝 수평선은 붉은 줄 내리 긋고
굽 닳은 하루해가 출렁이다 멈춰 선 곳
익명의 불빛이 와서 꽃잎으로 흔들린다


2010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그녀의 골반
석류화


1
나비 꿈을 꾸고 엄마는 날 낳았다 흰 꿈, 엄마는 치마폭에 날 쓸어 담았다 커다란 모시나비, 손끝에 잡혔다가 분가루 묻어나갔다 날개 끝에 고인 몇 점 물방울무늬, 방문 밖으로 날았다 돌담에 피는 씀바귀꽃 그늘을 옮겨다녔다 나비 날개엔 먼지가 끼지 않았다 한 꿈, 계단 입구에서 두 날개 맞접고 오래 기도하고 있었다 환한 꿈, 나는 오래전 그녀의 골반을 통과한 나비였다.

2
초음파상 골반뼈는 하얀 나비 같았죠 그녀의 골반뼈에 종양이 생겼을 때 보았던 그 나비, 그러니까 그녀의 꺼먼 엉덩이살 안에 나비 날개가 굳어 있었던 거죠 나는 잘 벌어지지 않는 날개 사이로 미끄러져 나왔던 거죠 나도 작은 나비모양 엉덩이를 달고 나왔던 거죠 그러니까 그녀가 힘겹게 좌판에 쪼그리고 있었을 때, 날품팔이, 품앗이 할 때 그녀 속의 나비가 조금씩 앓고 있었던 거죠 이 지상 마지막까지 날고 있을 나비, 그러니까 내 속을 빠져나간 어린 나비는 지금 내 앞에서 폴짝폴짝 날아오르고 있는데요


2010 조선일보[신춘문예 동시 부분- 당선작] 기분좋은 날 - 이수경


4교시 체육시간에 이어달리기 하다가
옆에 뛰던 현태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릎에 불등걸 철썩 붙는 것 같더니
슬며시 번져 나오던 피가 비명을 지르네
새파랗게 놀라 운동장에 털퍼덕 앉았는데
“어머, 어머, 어떡해”
여자애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배꽃 같은 선생님이 하얗게 달려오고
“수리수리 마하수리 호리호리 퐁퐁 얍
이제 마법 걸려서 하나도 안 아프다”
부반장 장효진, 내 무릎에 마법 걸고
“업혀, 어서 업혀, 양호실 얼른 가자”
맑은 향내 솔솔 나는 선생님 등 주시고
내가 좋아하는 송채원이 눈물 훔치고
영윤이 손바닥으로 부채질 해주고
다해가 물 떠와서 조심조심 먹여 주고
윤지가 헐레벌떡 약 상자 가져 오니
“야, 고것 다치고 아주 황제다 황제”
저만치서 권민호가 부러운 듯 외치는데
다치고 기분 좋아보긴 난생 처음이었다


2010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구름의 화법
하기정


구름은 여태 제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없어
형상은 당신 머릿속에나 있지
내가 만들 수 있는 건 물방울이 아니야, 보다 가볍지
당신의 어깨를 적실 수도
당신의 입가를 핥을 수도 있지

그러니 나를 구름이라 이름 짓는 건 아주 치명적이지
네가 구름이라고 부르는 것들, 네가
토끼, 라고 부르면 난 하마처럼 하품을 해 네가
고양이, 라고 부르면 난 호랑이처럼 포효하지 네가
의자, 라고 부른다면 금세 침대를 만들어 줄 수도 있어
만지면 폭삭 꺼지는 먼지버섯, 그러니 나를
버섯이라 불러도 좋아
형상은 당신 눈 속에나 있지
그러니S라인 B라인은 네 이름

무대가 아닌 곳에서만 춤을 출거야
내 음악은 내 귀로만 흘러들어 언제든지
다시 태어날 수 있어 나를
이해하려 시도한다면 그것은 서툰 오해
나를 만지려든다는 건 아주 절망적이야
롤러코스터를 생각한다면 모르지
추락은 오로지 빗물, 눈물

행여 구름을 담아서 팔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당신의 시선을 구부리는 일
악어, 라고 하면 도마뱀이 되어줄래?
고래, 라고 하면 돛단배가 되어줄래?
나에게 나를 너, 라고 불러줄래?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2010년 영주신춘문예 시 당선작]
무인카페
김 대 봉


한낮에 도두동* 먹거리가 철썩거리며 나를 찾네
자판기 커피만을 생각하다 탁자가 있는 찻집을 보고
구름 속으로 돌아가고 만 댕그런 햇살
간직한 차일遮日을 거두고 나면
공중이 어딘지 몰라, 너는 알아
내 귀가 화알짝 벌렁하네
어디선가 파도를 먹은 두더지
구들장과 천장을 맴도는 그런 카페에서
어머니의 삶을 운구할 허방을 찾고 있네
두 잔 같은 한 잔의 차가 물고기 비늘처럼 흐물거리네
탁자 위 무크지mook誌, 등자죽이 축축하게 오르고
해안도로 고불고불 사랑초草가 무럭무럭 자라네
드나드는 경고등에 실려 온 가을의 행간에
구름을 넣을 수 있는 자간이 있는 걸까
욕창을 사위하는 식탐에게 장침을 쑤셔 보지만, 쓰읍
구름이 한 잠자는 사이 나는 차디차게 휘어지네
꽁무니부터 잘려 나가는 찻잔 속 자연산 건덕지
갈매기 울음이 목 좋은 길목의 호래자식처럼 울려 퍼지고
밀물이 달아나기 전, 한 잔의 시간은 모금모금 나가네
벗집**에서 반숙되어 튕겨져 나가는 통통배 가로막 부위로
새참 같은 내 오래된 가요가 흘러나오고.


* 도두동 : 제주시 해안에 위치한 행정동
** 벗집 : 소금막


201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차우차우 / 김진기


사자개 차우차우
긴 갈기를 바람에 빗질하며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칠장사 참배객의 발길이 어스름을 따라 사라지고
스님의 독경 소리 어둠에 몸을 누이면
티베트에서 온 차우차우
몰래 경내를 빠져 나가 칠현산에 오른다
바라보면 멀리 눈 덮인 고향이 보인다
달라이라마가 포탈라 궁을 버리고 망명길에 오른 이후
그는 이곳으로 흘러왔다
호기심 어린 눈들이 발소리 지우면서 다가오면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듯
괜찮다 괜찮다 가벼이 꼬리 흔든다
꿈속에서나 만나는 그리운 히말라야 캄파라 패스를
이불처럼 두른 라싸 포탈라 궁
누가 구름 위에 백홍의 궁전을 지었나
돌아가는 마니차는 눈빛에 반짝이고 막 피어 올린 향내가
미로 같은 포탈라 경내를 적신다
얼어붙은 티베트 고원을 오체투지, 몇 달을 넘어온 장족이
다리를 질질 끌고 도착할 때마다
차우차우 맨발로 뛰어 나간다
고행을 먹고 사는 것인지
갈라터진 손바닥 무릎에서 흐르는 피, 내세의 제단에 올리면
신은 때때로 길을 비켜 준다
소문은 바람을 타고 먼저 왔는지
칠장사 차우차우가 도착하기 무섭게 라싸 차우차우들이 몰려나온다
부여잡고 얼굴 부비는 뭉클한 안부가 골목에 흥건하다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허氏의 구둣방
이미화


발끝에 달을 달고 저녁 강을 건너고 있는 허氏
구름처럼 떠돌았으므로 그의 생은 한쪽만 유난히 닳은 구두처럼 삐뚜름하다
그의 구두처럼 다 허물어져가는
옥봉동 산 1번지 아파트에
조등처럼 별이 걸릴 때 저녁하늘은
가난한 마을의 착한 지붕을 건너가면서
지상의 가장 낮은 바닥부터 따뜻하게 어루만져준다
이동전화기 판매점에 다니는 착한 처녀의
구두 뒷굽을 갈아 끼우던 허氏의 남루한 저녁에
잠깐 화사한 웃음이 번진다
이동식 컨테이너 박스에 맞춘 그의 굽은 등 뒤로
따각 따각 처녀의 발걸음이 이동전화기 전화 연결음으로 터진다
중심을 놓고 뒷굽을 맞춘 구두가 흔들린다
일용할 하루의 노동이 땀 내음 밴 구둣방을 넘보기도 하지만
늘 기우뚱 한쪽으로만 기우는 그의 세상에서
수선 중인 구두는
기운 없는 그의 한 쪽 무릎에서 완성되는 절망이 키운 꿈이다
다시 언제 그의 세상이 흔들릴지 모르지만 이미 구두 뒤축이나
밑창만으로 키워 놓은
환한 세상이 그에게선 자라고 있다
하나 둘 찾아와 박힌 별들의 뒷자리로 들던 그가
창문에 걸린 어둠을 후다닥 걷어내고
달빛 속에서 주춤거린다
볼이 넓고 우직한 신발 속 그의 한쪽 발이
나머지 발의 오늘을 타전한다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아버지와 바다
조춘희


아버지,
수면을 두드리지 마세요
수평의 긴장을
간신히 지탱하는
해저의
섬과 섬 사이
안간힘을 보세요

아버지,
낚싯줄을 던지지 마세요
거멀못 박아둔 자리
새물이 차올라
파도는
푸른 비린내
바다를 토막내어요

아가야,
염려말고 바다를 보아라
달을 안고 뒤척이는
바다의 설렘을
지금 막
사랑을 품고
마음 붉어지는 찰나란다


2010 국제신문 심춘문예 시 당선작 / 박진규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


달이 저 많은 사스레피나무 가는 가지마다
마른 솔잎들을 촘촘히 걸어놓았다 달빛인 양
지난 밤 바람에 우수수 쏟아진 그리움들
산책자들은 젖은 내면을 한 장씩 달빛에 태우며
만조처럼 차오른 심연으로 걸어들어간다
그러면 이곳이 너무 단조가락이어서 탈이라는 듯
동해남부선 기차가 한바탕 지나간다
누가 알았으랴, 그 때마다 묵정밭의 무들이
허연 목을 내밀고 실뿌리로 흙을 움켜쥐었다는 것을
해국(海菊)은 왜 가파른 해변 언덕에만 다닥다닥 피었는지
아찔한 각도에서 빚어지는 어떤 황홀을 막 지나온 듯
연보라색 꽃잎들은 성한 것이 없다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청사포 절벽을 떨며 기어갈 때
아슬아슬한 정착지를 떠나지 못한 무화과나무
잎을 몽땅 떨어뜨린 채 마지막 열매를 붙잡고 있다
그렇게 지쳐 다시 꽃 피는 것일까
누구나 문탠로드를 미끄덩하고 빠져나와 그믐처럼 시작한다


▶문탠로드(Moontan Road)

대한팔경의 하나인 해운대 달맞이언덕에서 달빛의 기운을 받으며 산책을 즐길수 있도록 조성된 2.2㎞의 산책로.


<2010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제비꽃 향기
김은아


생선뼈만 남은 개 밥그릇에
개미가 아우성이다
시간이 지나자, 삶의 살을 뼈만 남긴 채
말라가는 빈 밥그릇에서
시간을 붙잡고 보시를 하는 중이다

한 때
거친 바다를 헤엄쳐
푸른 꿈을 키웠을 너
어쩌자고 사람들 입 속까지 들어와
피와 살이 되고 마침내 개 입에서
생을 마감하는 너에게서
제비꽃 향기가 난다

햇볕이 개 밥그릇을 헤집는데
생선뼈는 온 몸으로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다

비워라, 그릇


[2010 전북일보 신춘문예-시 당선작 ]
먼지
김혜원


1. 무게

체중계를 꺼내려다
나보다 먼저 올라앉은 먼지를 본다
저것도 무게라고 저울 위에 앉았을까
털어내는 순간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저 가뿐한 내공
내가 눈금처럼 꼼꼼히
몇 장의 졸업장과 얼마간의 통장으로
몸집 불리는 동안 너희는 세상을
깎고 갈고 부서지며 삭으며 살아왔구나
저울 위에 앉아 제 발자국 헤아리다가
세상 변두리 어디쯤 다시 찾아 날아올랐겠지
버려야만 이루어지는 저 가뿐한 무게
달 수조차 없는 그 삶에
문득 마음 무겁다

2. 높이

먼지도 세월을 견디면 높이를 갖는구나
어둠 속에서 말을 잊다보면 눈이 밝아지는 법, 나는
저 허름한 생의 목록을 다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양말이 벗어놓은 하품 바스러진 각질의 한숨 비틀대던 머리카락과 맥없이 흘러내리던 낡은 옷의 넋두리 나뒹굴던 보풀의 푸념 몇 낱 희미해진 거울의 깨진 비명도 몇 개, 그런 것들이
그런 것들이 뒷걸음쳐 이 구석 찾았을 게다
내일이 꼭 오리라 믿었을 그들
나는 오지 않은 날의 달력을 찢어
숨죽여 쌓인 어제의 높이를 가만히 들어 올린다

3. 길

차 안에 쌓이던 먼지
어느 날 흔적이 없어졌다
닦은 적도 없는데 저희끼리 뭉쳤다가
알갱이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나 보다
어디든 다시 떠돌고만 싶은 것 같아
조심조심 발판을 걷어 밖에 뿌려준다
순간 바람의 어깨를 딛고 올라서서
일제히 질주하는 저 하얀 맨발들
길이란 열망이란 얼마나 서늘한가
천 길 절벽은 허공에도 있어
지상으로 추락하여 얼룩지는 생이여
흙물이 제 지나온 길 가라앉히듯
빗물에 씻겨 다시 먼 길 떠나는구나
밤하늘에 담겨 반짝반짝 눈을 뜨는 별들도
떠나온 별을 찾아 몇억 광년 속으로
저렇게 먼지처럼 뛰어든다던데
나 이제 몇십 킬로의 동력을 켜고
내게 남은 시간의 벌판으로 달려간다


<2010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새의 낙관(落款)
정영희


새들에게 있어서
낙관이라는 습관은 오래된 풍습이었다
문신을 새긴 암벽마다 둥지가 되었고
뜨뜻한 아랫목이 되었으므로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부리를 비벼 족적을 남기는 일은
축제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족적이란 새들의 풍향계였다가도 천적에게는
눈물일 수 있는 것
바닷가의 익룡 발자국 또한 그러했으리라

묵화 한 점 쳐 놓고 낙관을 해야 할 여백을 놓쳤다
자작나무 숲 물안개 사이로 새들이 까맣게 앉아 있었다
그루터기마다 태점(苔點)을 찍어놓은 듯 했다
부리는 날카로웠지만 발톱은 무뎠으니
새벽이 되도록 새들은 칠흑의 어둠을 방황해야 했다

돌아갈 곳 없는 묵화 속의 새들
강물에 먹물로나 풀어져 쪽배마냥 흘러가길 기다렸다
딱딱거리는 딱따구리는 한 칸짜리 초가집이 전부였으니
헛간이라도 한 곳 덧댔으면 좋으련만
이미 붓을 말끔히 빨아버린 뒤였다

한 무리의 새들이 화선지 밖으로 벗어나려는 찰나였다
잠시 흐름을 멈춘 강물 위에 낙관을 찍었다

푸드덕, 새들이 도처에서 솟구쳐 올랐다


2010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시조 당선작/ 뼈의 기원
안병호


1.
문득, 뼈가 시려오면
내 뼈의 아득한 시원을 찾아
눈과 바람의 길을 걸어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뼈대 있는 집안의 자손이라는 것이
대체로 나의 문명이지만
그것은 비석에 판각되거나 정의되어진 것만이 아닌
단단한 그 무엇이 내 속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장과 말 속에도 뼈가 있다하고
문중의 아재 한 분은
바람조차 투명한 뼈를 지니고 있다하므로
뼈 삼라만상의 근원이다
모든 족속은 그 조상으로부터
몇 개의 맑고 흰 뼈를 물려받아 사는 동안
또 한 생이 고요히 마감되는 것이다

“뼈가 시릴 적엔 몇 모금 음복술로 덥히면서 오백년 전, 통정대부 할아버지를 만납니다. 삼십대에 무슨 사화로 졸(卒)하신 당신, 처자식은 관노가 되고 그 때 당신의 눈물은 눈발이 되어 사방 백리까지 날렸습니다. 그때부터 당신은 뼈마디마다 수수눈꽃을 피우면서 아버지와 저의 뼈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므로 눈발 속에도 맑은 뼈가 있음을 저는 믿습니다. 아버지가 졸(卒)하시던 그 때처럼”

2.
아버지는 신발공장 공원에서 출발하여
생의 마지막 즈음 공사판 반장직에 올랐는데
젊은 나이에 병으로 졸(卒)하셨다
그 때 아버지는 뼈만 남은 문양으로
어린 내 손을 꼭 잡은 채, 흐린 물기를 보였는데
물기는 뼈를 타고 흐르다 서서히 결빙되고 있었다
어린 나는 앙상한 뼈의 모습이
너무 무섭고도 생경해 입관 하던 날조차
차거운 뼈를 따습게 데우지 못했다
그 날에도 먼 곳에서부터 눈발이 날려 왔고

오래지 않아 강아지처럼 여린뼈를 가진
내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아버지, 오늘 밤 수북이 눈이 내립니다. 눈송이 송이마다엔 당신의 눈물이 담겨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북편에서 날리는 눈발에는 종가에 계자로 와 당신 집안은 절손 된 9대조 조부님의 눈물도 보입니다. 저와 아이는 오늘 같은 밤이면 뼈를 살포시 맞대고 세상을 꿈꿉니다. 그래서 눈 오시는 밤은 참으로 마음 따습습니다.”

3.
뼈가 잘 맞물려서 사계절을 보냈다
펼쳐진 시간 속에서
나의 뼈는 좀 더 유연해지고
아이의 뼈는 좀 더 옹골차졌다
몸속의 뼈들을 가지런히 정돈하여
순하게 낮추는 오늘,
뼈마다 하얀 풀꽃이 피어난다

향불을 피우는데 음력 시월 을해(乙亥)
이른 눈이 축문과 함께 투명하게 날린다

기서유역氣序流易
로기강霜露旣降
소봉영瞻掃封塋
불승감모不勝感慕
근이謹以
청작서수淸酌庶羞
천세사祗薦歲事 상尙,
향饗

“당신들께서는 하얗게 뿌려지는 눈으로 혹은 투명한 축문의 곡조로 살아오십니다. 맑은 눈발 속 나폴 나폴 떠다니는 어린 것이 또 다른 뼈의 기원임을 깨닫고 있습니다. 생이 다하는 날까지 뼈를 추스르며 어린 뼈를 돌보려합니다. 아이를 가만히 껴안아봅니다.”


2010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시조
양두고(兩頭鼓)
유현주


어우르던 장구가 더운 숨을 토한다
생사의 경계선을 이랑인 듯 넘어와
울음을 되새김하여 소리로 환생한 소

옹차던 속 들어 낸 여섯 치 오동나무에
조임줄로 다시 묶여 코 뚫림을 당할 땐
북면을 힘껏 조이며 공명통을 안는다

사포를 쇠 빗 삼아 쓸어주는 조롱목
완강하던 고집이 세마치로 조율되고
긴장한 소릿결들이 평온하게 풀릴 즈음

옻 밥을 먹은 소가 밭갈이를 나선다
열채로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리자
덩더꿍, 변죽을 울리며 타령을 끌고 간다


※[심사평] 활유의 기운 넘치고 정서 조율 솜씨도 자별

투고한 작품들은 저마다 한 송이씩의 꽃이라는 생각이다. 피봉을 뜯는 순간 서둘러 벙근 꽃들이 선자의 손에 이르자 일제히 만개한다. 그 향기와 빛깔의 다툼이 현저할수록 고선의 고통은 커진다. 안타까운 것은 그 많은 꽃 중에서 오직 한 송이만이 독자한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익명의 꽃이 실명의 꽃으로 바뀔 때, 또 한 사람의 시인이 우리 곁에 온다.

올해도 경향 각지에서 고른 투고가 이어졌다. 섣부른 판단이 끼어들 여지가 없을 정도로 치열한 각축 양상이다. 지르잡아 읽고 다잡아 읽는 몇 번의 숙고 끝에 마지막까지 선자의 손에 남은 작품은 강은미씨의 「민들레의 잠」, 배경희씨의 「나무의자의 기억」, 백점례씨의 「고요한 강」, 그리고 유현주씨의 「양두고(兩頭鼓)」 등 네 편이다.

「민들레의 잠」은 대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이 강한 여운을 남긴다. 어쩌다 화분에 날아온 민들레를 입양아에 빗댄 감각 또한 신선하다. 「나무의자의 기억」은 존재의 사유를 밀고 가는 안정된 호흡이 강점이다. 나무의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톱날과 대팻날의 신산으로 풀어내고 있다. 「고요한 강」은 낚시터의 상념이다. 차분한 어조로 세상 속에 낚싯대를 드리운 생존의 풍경을 그려낸다. 이들 작품은 당선권에 바짝 다가섰으나, 정서의 깊이나 얼개의 치밀함에서 아쉽게 깍지가 풀리는 느낌이다.

올해의 선택은 「양두고(兩頭鼓)」를 들고나온 유현주씨다. 작품의 전편에 활유의 기운이 넘친다. 감각과 상상력의 결속이 뛰어나고, 긴장의 밀도를 다져가는 적절한 비유가 돋보인다. 사물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정서를 조율하는 솜씨 또한 자별하다. 장구는 북편과 채편의 양두를 가진 악기다. "더운 숨을 토하"던 소는 가죽으로 남아 생전의 "울음을 되새김"한다. 소의 "완강하던 고집이 세마치"장단으로 환생하면서 "공명통을" 울리는 감동에 닿는다. "옻 밥을 먹은 소가 밭갈이를 나선다"는 표현은 마지막 칠을 마치고 연주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열채로" 두드리는 "엉덩이"는 장구의 채편일 터. 그럴 때 궁글채는 북편의 "변죽을 울"릴 것이다. 그렇게 장구는 세속의 신명 속으로 "타령을 끌고 간다.'' 당선의 영예에 매몰되지 않는 각고와 성찰로 정형미학의 완결성을 높여주길 바란다.

심사위원 박기섭


[매일신문] 2010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중심 - 김현욱)
중심
김현욱


다리 한쪽이 부러진
나무의자 하나
쓰레기장 구석에 기우뚱 서 있다

흔들리지 않고
소리 내지 않고
바르게만 살아온
나무의자

단 한 번
중심을 놓치고 넘어지자
구석으로 오게 되었다

남은 다리로 뒤뚱뒤뚱
제 스스로는
처음 잡아보는 아슬아슬한
중심

하늘 한 귀퉁이가
비스듬히 내려와
나무의자에 기댄다

세상에 없던
중심이
우뚝 서 있다


[심사평]
동시의 바탕은 동심이다. 사물을 동심의 눈높이에서 조응할 때 때로는 놀람으로, 때로는 기쁨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이 응모된 작품을 정독하고 남은 것은 문현식 씨의 ‘눈 내린 아침’ 외, 김경숙 씨의 ‘아빠 발 닦기’ 외, 최미애 씨의 ‘실뜨기’ 외 김현욱 씨의 ‘중심’ 외 작품이었다.

먼저 문현식 씨의 ‘눈 내린 아침’은 소품으로 군더더기 없는 명징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으나 그 이미지를 보다 창의적으로 형상화하는 데는 미흡하였다.

김경숙 씨의 ‘아빠 발 닦기’는 삶에 밀착된 체험적 소재를 사실감 있게 형상화하였다. 또한 그 속에 담긴 가족 간의 정겨운 교감도 공감이 갔다. 그러나 체험이 곧 좋은 동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아빠 발 닦기’는 형상화에는 무리가 없으나 발상과 표현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뛰어 넘지 못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남은 2편인 최미애 씨의 ‘실뜨기’와 김현욱 씨의 ‘중심’은 제 각각 장·단점이 있었다.

최미애 씨의 ‘실뜨기’는 동시의 근간인 동심에 밀착되어 있고, 놀이 하는 모습을 내적 운율에 실어 구체화한 점은 돋보였으나, ‘실뜨기’ 및 다른 작품에서 정제되지 못한 시어의 활용과 이미지의 압축에 문제점이 드러났다.

당선의 영예를 차지한 김현욱 씨의 ‘중심’은 소재를 보는 시각과 발상이 새롭다.

김현욱 씨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의 익숙함에서 일탈하여 독특하고 개성적인 이미지를 얻었다. 나아가 이러한 이미지를 짜임새 있는 구조로 참신하게 형상화 하였다. 흠이라면 동심의 내재화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당선작으로 결정하는데 큰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오늘날의 동시가 한결 가벼워지고 언어적 유희에 경도되고 있는 시점에서 동심과 시의 특질을 아우르는 품격 있는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김현욱 씨의 ‘중심’은 기존의 동시 단에 시사를 주는 하나의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빈다.

하 청 호(동시인)


2010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장식장을 버리고 - 박찬


장식장을 버렸습니다. 떨어져 덜컥이는 문짝을 청테이프로 길게 입막음 하고 동사무소에 들러 오천 원짜리 스티커를 사왔습니다. 저승길 노잣돈치곤 값싼 그 몸값이 안쓰러워 쉽사리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한참을 그와의 이별에 매달립니다. 모서리를 밀치고 튀어나온 못이 허리를 꺾어 작별을 고합니다. 아내와 함께 시집와 십 여년, 그 사이 고장난 어깨가 삐걱거립니다. 긁히고 벗겨져나간 살점들과 아이들의 낙서자국,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몸은 뼈대만 앙상히 늙어갑니다. 그 안에 담아두었던 신혼의 이야기며 육아일기며 단란했던 한 가족의 앨범들. 그리움을 이야기하며 많은 날들을 지탱해온 가슴에 아쉬움이 복받쳐 오르고, 돌아오는 길 모처럼 어머니께 안부전화를 넣었습니다. 당신의 신경통은 다 나았다 걱정마라하시며 혼자 있는 자식걱정에 마음 졸이시는 어머니. 밥은 제때 챙겨먹는지 빨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미국에 있는 아이들과 애 엄마는 잘 지내는지…. 비워지지 않는 어머니의 걱정에 할 말 다 못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습관처럼 올려다보는 하늘. 아메리카로 가는 비행기의 불빛이 희미하게 반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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