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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러보낸 눈물이

하늘에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 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 얼싸 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

봄비가 촉촉히 내립니다

아침에 일어나 '봄비'로 시를 바꿉니다

우산을 쓰고 빗소리 들으며

동네 한바퀴 산책해도 좋겠습니다

저녁 7시 촉촉한 마음 들고 오십시요

T그룹통화로 연결하겠습니다

좀 있다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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